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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이 팔현습지의 탐 주인임을 알리는 주민등록증과 이를 담을 거대한 편지 봉투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이 팔현습지의 탐 주인임을 알리는 주민등록증과 이를 담을 거대한 편지 봉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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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편지봉투에 편지와 주민등록증을 담고 있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예술인들
 대형 편지봉투에 편지와 주민등록증을 담고 있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예술인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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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실시하는 금호강 팔현습지 하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 사업은 크게 슈퍼제방 공사 사업과 교량형 보도교(자전거도로 겸 산책로) 건설사업으로 나뉜다(관련 기사 : [영상] 멸종위기종의 잦은 출몰, 이 습지에 무슨 일이).

그중에서도 제방길이 끝나는 곳인 무제부 산지 구간 바로 앞으로 붙여서 건설되는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 건설공사가 특히 문제다. 환경단체에서는 이 공사가 "산과 강이 연결된 온전한 생태계를 단절시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게 만든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8미터 높이 교량형 보도교는 무제부 산지 구간인 하식애(河蝕崖)에 둥지를 튼 수리부엉이 부부의 생존을 비롯하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의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구조물로서 "산과 강이 연결된 생태적 온전성을 망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팔현의 친구들이 띄우는 편지가 든 편지 봉투를 들고 있는 예술인들
 팔현의 친구들이 띄우는 편지가 든 편지 봉투를 들고 있는 예술인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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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들의 최후의 보루인 '숨은 서식처'에 해당하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환경부발 '삽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지역 예술가들에게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팔현습지를 다녀간 예술가들이 그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발 '삽질'에 대한 예술인들의 우려

예술행동팀 '금호강 디디다'는 팔현습지의 야생동물들이 출연하는 <팔현 반상회> 대본집(12월 11일 정식 출간 예정)을 만들어서 야생동물들의 입장에서 팔현습지에 불고 있는 개발사업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또 다른 예술행동팀인 '아티스트 콜렉티브 간질간질간질'은 지난 주말인 12월 10일(일) 오후 2시에 팔현습지 문제를 대구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특별한 '예술 퍼포먼스'를 펼쳤다.
 
팔현의 친구들 탈을 쓴 예술인들이 팔현습지를 나서고 있다
 팔현의 친구들 탈을 쓴 예술인들이 팔현습지를 나서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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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배달을 위해 예술인들이 팔현습지를 나서고 있다.
 편지 배달을 위해 예술인들이 팔현습지를 나서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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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퍼포먼스에는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에서도 참가했는데 참가자들은 간질간질간질팀에서 만든 팔현습지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의 탈을 썼다. 또, 이들 야생동물들의 주민등록증과 왜 팔현습지에 '삽질'을 해서는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담은 대형 편지를 만들어 대형 편지봉투에 담고, 그것을 대구시장과 대구지방환경청장 앞으로 각각 배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법정보호종 야생의 친구들이 팔현습지의 참 주인이란 것을 알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구시장과 대구지방환경청장 그리고 시민들에게 직접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팔현습지에서부터 걸어서 지하철까지 이동하고, 이후 지하철을 타고 대구시청으로 대구지방환경청사로 이동했다. 야생동물의 탈을 쓴 그들이 대형 편지를 들고 가는 모습을 통해 시민들에게 팔현습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험한 '삽질' 소식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함이었다.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 직접 설명하고 있는 참가자들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 직접 설명하고 있는 참가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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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동 한 참가자가 꼬마아이에게 팔현습지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술행동 한 참가자가 꼬마아이에게 팔현습지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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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의 탈을 쓰고 대형 편지봉투를 들고 행진하는 이들의 모습을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지하철에서 아빠를 대동한 한 꼬마아이는 직접 이들을 찾아와서 질문도 하고 설명도 들으며 큰 관심을 보여줬다.

꼬마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민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는 질문하면 탈을 쓴 참가자가 팔현습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소상히 설명해 주는 식으로 시민들과 직접 소통한 것이다. 이렇듯 이들은 시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며, 이런 목소리도 함께 담아서 홍준표 시장과 서홍원 대구지방환경청장에게 편지를 전달하려 한 것이다.
 
대구시청에 무사히 도착해서 대형 편지를 대구시에 전달했다.
 대구시청에 무사히 도착해서 대형 편지를 대구시에 전달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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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라 홍준표 시장과 서홍원 대구지방환경청장을 만나지는 못했다. 다만, 주말 당직자들에게 편지를 건네며 홍준표 시장, 서홍원 대구지방환경청장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구하고 이날의 퍼포먼스를 마무리했다. 

대구시민 전체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구축할 수 있기를

이들이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으로 달려간 이유에 대해서 간질간질간질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를 통해 다목적광장, 시민공원, 정원, 캠핑장, 수상 및 수변 레저공간 등을 만들어 금호강을 시민 이용 중심의 강으로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 조성과 관련된 사업인 팔현습지 보도교 설치 공사는 '하천자연환경에 훼손 없는 탐방로 설치'라는 말과 다르게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문제가 불거졌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평가에서는 3종의 법정보호종이 발견된 반면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금까지 14종의 법정보호종을 발견했다. 이에 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이런 환경영향평가로 이루어지는 사업이 과연 인간과 자연생태계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일까?"


이들은 "우리는 팔현습지에 살고 있는 비인간 주체가 출현하는 상황을 구축하려 한다. 비인간 주체들은 지금까지 대구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의해 그 존재가 부정되어 왔으며 이제는 그들의 삶의 터전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구시청으로 향한 예술행동 참가지들이 시청을 앞에 두고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시청으로 향한 예술행동 참가지들이 시청을 앞에 두고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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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구축하기 위해 참여자들과 동물 가면을 쓰고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가 든 거대한 편지를 배달한다"며 "동물들의 출현과 그들이 거대해진 편지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은 자연환경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에 대한 '몰인식'을 '재인식'시키는 장치로 작동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소수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자연환경이 보전되는 것을 넘어 대구시민 전체의 삶의 양태가 자연환경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길 희망하며 이질적인 상징, 개념 그리고 행동을 통해 지루해진 대구의 정치적 지형을 유희적이고 창조적인 지형으로 재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부디 이날의 퍼포먼스가 계기가 돼 간질간질간질의 바람처럼 대구시민 전체가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삶의 양태가 바뀌길 희망해본다.

그리고 시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이같은 예술행동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그래야 대구시민들의 생태적 개안(開眼)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테니.
 
중앙로역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참가자들
 중앙로역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참가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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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앞에서 잠시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참가자들
 지하상가 앞에서 잠시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참가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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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이자,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금호강, #팔현습지, #예술행동, #홍준표시장,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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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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