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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폭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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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이곳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해발 700미터 산골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1톤 트럭에 소형 제설 장비를 매달고 큰길까지 1킬로미터 구간을 밀어 보지만 내리막길이 심해 사나흘 가량 차량 통행은 불가하다. 일단 눈을 밀고 나서 제설용 모래를 삽질하여 트럭에 싣고 바퀴 자국을 따라 뿌려야만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한 4륜 구동차 통행이 가능한 곳이다.
 
제설 작업을 해도 내리막이 심해 며칠 지나야 통행이 가능하다.
 제설 작업을 해도 내리막이 심해 며칠 지나야 통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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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2년 만에 어쩌다 마을 이장이 되어 동네 요소요소를 둘러보고 겨울철 불편함을 살펴 본다. 눈길이 얼어 빙판이 되면 천하에 어떤 차도 장사가 없다는 주민들의 이구동성에 강원도다운 게 폭설이로구나 실감하곤 한다. 연세 드신 주민들께서 기운을 모아 위험 구간의 눈을 치우고 모래와 염화칼슘을 뿌린다. 오랜 세월 함께했던 공동체 행사라서 손발이 척척 잘도 맞는다.

면사무소 주무관의 연락을 받고 마을에 나누어줄 염화칼슘 포대를 트럭에 듬뿍 싣고 온다. 1반과 2반에 고루 나누어 드리고, 마을 단톡방에 들면 따뜻한 말씀들이 봄꽃처럼 피어오른다. '이 맛에 이장하는 거다' 미소를 짓고 폭설 피해가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한다.

네 가구가 모여 사는 주택 단지만 해도 제설 작업은 힘겹다. 평생 도시에서 살다 귀촌한 터라 작년까지만 해도 제설용 삽이나 넉가래를 다루는 데 서툴고 제설 근육이 알량했다. 올해는 눈이 제법 내려서 하루에도 몇 번씩 삽질을 하고 넉가래를 밀어대니 운동은 제대로 하는 셈이다.

눈을 치우다 호흡을 가다듬고 가까이, 또 멀리를 보노라면 그 풍광에 취해 힘들다는 마음이 다 녹아버린다. 한낮 햇살이 눈꽃을 떨어뜨리고, 봄맞이를 준비하는 가지의 겨울눈에 긴장감이 뚜렷하다. 나뭇가지마다 백설로 빚은 수많은 형상들이 존재하는데 예술의 극치라 해도 넘치는 말이 아닌 듯하다.

그림에 조예가 깊은 화가에게 전화를 했다.

"나 지금 백설이 빚은 기이한 형상들에 취해 사진을 좀 찍고 있는데, 이런 걸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음, 자연 미술이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자연 자체를 미술로 보면 되니까요."

등산화에 아이젠을 차지 않아도 좋은 날, 치킨에 맥주를 제안하는 친구의 속삭임처럼 살갑게 내리쬐는 햇살을 이고 백석산 임도를 따라 걷기로 했다. 물론 카메라를 멨다. 백설 덩어리가 나뭇가지에 의지하여 오르거나 기거나 눕고 걸쳐 뽀뽀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담는다. 사진에 제목을 생략한다. 온전히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자연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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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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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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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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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의 이름은 무엇일까

눈이 빚은 자연 미술을 촬영하는데 멋진 새 한 쌍이 아주 은밀하게 씨앗을 따서 맛나게 발라 먹는다. 그 중 한 마리를 골라 다다다다다다다! 연속 촬영을 한다. 흔히 보는 직박구리, 박새, 딱새, 곤줄박이가 아니다. 궁금하면 질문하라! TV 프로그램에 야생동물 전문가로 활약 중인 박병권 도시생태 연구소 소장에게 카톡을 보냈다. 와우! 처음 만나는 새 이름이다.
 
▲ 멋쟁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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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새
 .멋쟁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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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새입니다.'

아하, 멋있어서 농담으로 답하시나? 혹시 몰라 인터넷 검색을 했다. 정말로 멋쟁이새라니! 11월에서 4월까지 우리나라에 머무는 겨울 철새로 번식 장면은 국내에서 촬영할 수 없다고 한다. 아시아, 유럽 등 북극 주위에서 번식하고 국내나 더 남쪽으로 내려가 월동한다. 이 귀한 새를 만나다니, 하산하면 로또라도 살까?

멋쟁이새를 만나고 눈이 그린 그림을 안고 하산하는 길, 상념에 잠긴다. 그래,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존재의 빛이 되자. 설날 지나 한 살 더 먹었으니 너도나도 누군가에게 멋쟁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자연의 속삭임은 언제나 옳다!
 

태그:#자연미술, #멋쟁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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