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임신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자 관리자가 오히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업무지시를 과도하게 하고, 본인도 갑자기 임신을 해야겠다는 등의 발언을 합니다."-  3월 카카오톡 메시지(직장갑질119 제보 사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31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유권자 1/4인 26.4%가 노동시간 단축을 저출생 해법으로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 대상 2월 2일~2월13일 조사,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야권 대부분 정당들도 노동시간 단축 공약을 비롯해 주4일제 등을 내걸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노동 부문 비례대표 후보들에게 지난 4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각각 물었다. 30년 경력의 간호사 출신으로,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인 나순자(녹색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와 은행원 출신이자 전 금융노조위원장인 박홍배(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8번)이 그 대상이다. 두 후보는 모두 입을 모아 주4일제 실험의 '때가 됐다'고 했다.

국회 안팎 '연대' 강조 "윤 정부 국정기조 변화 없는 한..."
 
왼쪽부터 나순자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왼쪽부터 나순자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박홍배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
ⓒ 오마이뉴스 이정민/박홍배 페이스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나순자·박홍배 두 후보 모두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제를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를 말했다. 나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주4일제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세브란스병원도 노조와 함께 1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평가를 했는데, 해당 병동의 사직이 0%였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별연맹 대부분이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유럽각국들은 이미 주4일제 실험을 계속 하고 있고, 한국도 이 논의가 시작된 지 몇 년이 흘렀다. 국내에선 이미 기업 또는 노조 주도로 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민간기업들조차 노사 합의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짚었다.

한국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을 고민하고 있는 속도에 비해,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은 지체돼 있다는 지적이다. 나 후보는 노동 이슈가 사라진 22대 총선 분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노동자의 안전, 건강, 저출생 모든 문제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번 총선은) 노동이라는 말이 거의 사라진 총선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현장의 요구가 올라오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제 문제를 이슈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물었다. 주4일제나 노동시간단축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재계 일각에선 생산성 저하나 임금 삭감 가능성을 제기하며 '시기상조'론을 펴왔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을 설득해야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박 후보는 주4일제의 '단계적 도입'을 이야기했다. 그는 "2022년과 지난해엔 금융업과 보건의료 쪽에서 먼저 시행을 했다"면서 "정부가 (주4일제 실험 산업에) 일정 부분 지원도 하고, (주4일제가) 지속가능 하도록 검토와 논의를 거쳐 타겟팅(선정)한 뒤 시작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비슷한 의제를 고민하고 있는 야권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노동 출신 후보들과 (노동시간 단축관련) 모이면서, (국회 내) 분위기를 잡아가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박 후보는 "시민단체와 몇몇 노동조합들이 주4일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이미 실험 중인 곳과 노동단체들 그리고 사업주가 시행한 곳들과도 대화하며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 후보는 "윤 대통령이 정부 출범 초기 재계를 만나며 일종의 소원수리가 마련됐었다고 봤다. (재계 중심의) 국정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는 한 초기 계획들을 앞으로도 밀어붙이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들이 윤석열 정권의 반 노동 정책을 확실히 심판해야 국정 기조를 바꾸고, 노동 정책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생산성 저하'는 틀린 공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주5일제를 말할 때도, 기업들은 다 망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망하지 않았다"면서 "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6시간, 44시간 그리고 40시간까지 내려 왔는데, 임금 삭감 없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계속 확인 돼왔다"고 설명했다.

"애 하나 더 낳으면 뭘 더 주겠다고? 문제는 '시간'이다"
 
엄마와 아이.
 엄마와 아이.
ⓒ pexels

관련사진보기

 
나순자 후보는 또한 주5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의 개선과 함께 주4일 의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주4일제 요구도가 굉장히 높은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주5일도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4일 의제는 그대로 가되,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 바 '크런치노동(연속 밤샘 노동)' 등 과로를 가능케 하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홍배 후보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로 하루 21.5시간 노동도 가능한 판결이 나온 바 있는데, 사람이 어떻게 일할 수 있겠나"라면서 "11시간 연속 휴게 제도는 빨리 국회에서 조치해야 한다. 밤샘 노동과 야간 근로에 대한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우리나라는 (OECD 평균 보다) 155시간 정도 더 일하는 나라다"라면서 "그동안은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제를 의제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 있었다면, 22대 국회에서는 뭐라도 시행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저출생 문제의 해법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재차 강조했다. 나 후보는 "(노동시간 단축은) 저출생 해법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애 하나 낳으면 뭘 더 주겠다, 이건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까지 계속 단편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개선은커녕 악화됐다"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과감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미 많은 저출생 대책들이 다 무용지물이었던 만큼, 정부와 정치권에서부터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특히 주4일제는 일과 삶의 균형, 노동의 질 뿐 아니라 저출생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주4일제 실험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주요 지리정보

태그:#노동시간단축, #주4일제, #과로사, #총선, #22대총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