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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문규현 신부님
 행사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문규현 신부님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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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0월 27일), 대통령 후보자들이 표심을 잡겠다고 여기저기 끼웃거리고 다닐 때 우리 식구는 전라북도 부안군 하서면 장신리 '등용마을'에서 열린 작은 행사장에 다녀왔습니다.

'등용마을' 입구에는 작은 숲이 하나 있습니다. 그 숲에는 늘씬한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습니다. 많은 소나무들 중에는 눈에 띄게 큰 소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등용마을 사람들 말로는 오래 전 그 소나무에서의 씨앗이 번져 숲을 이뤘다고 합니다.

등용리 마을 사람들은 이 작은 숲을 '비녀등'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곳은 본래 1932년 일제 우민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등용리 학술강습소가 세워졌던 자리였고, 1985년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부안 농민들이 외국 농축산 수입 중단, 소 값 피해 보상, 부채탕감 등을 요구하며 소몰이 투쟁을 시작한 곳이라고 합니다.

등용마을 앞에 자리한 작은 숲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등용마을 앞에 자리한 작은 숲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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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숲 가꾸기 사업으로 새롭게 단장한 이 작은 숲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등용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숲을 가꾸는 사람들은 부안성당의 전신인 천주교 등용 공소, 사라지는 우리 종자를 보관·재배하고 있는 우리 농촌 살리기 공동네트워크, 생명평화의 삶을 지향하는 (사)생명평화마중물,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사회를 위한 부안시민 발전소,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생산 관리하는 하서미래영농조합 법인 사람들입니다.

많은 단체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신명나는 풍물과 통기타, 오카리나, 거기다가 스틸드럼이라는 낯선 악기의 연주자들이 행사를 빛냈습니다. 그날 우리 집 아이들도 소금과 피리를 연주했습니다.

숲 행사를 마치고 등용마을에 세워진 생명평화 마중물 교육관 개관 기념식도 가졌습니다.

마중물 교육관은 문규현 신부님이 사재를 털어 세워진 교육관이기도 합니다. 교육관을 마련하기 위해 빚까지 짊어졌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여기저기 사람들 사이를 끼웃거리며 연방 환하게 웃고 있는 문규현 신부님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신부님의 새만금에서 서울까지의 삼보일배를 떠올렸습니다. 장소와 형식만 다를 뿐 문규현 신부님의 삼보일배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생명평화 마중물 교육관은 신부님의 또 다른 삼보일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마음을 심어 줄 수 있는 교육관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나 시민사회단체들의 프로그램 진행 장소로 활용하고 아울러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으로 세워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명평화 마중물 교육관 개관식에 모인 사람들
 생명평화 마중물 교육관 개관식에 모인 사람들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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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교육관은 지열 시스템을 이용, 냉난방을 자체 해결하도록 건축되었습니다. 최근 대체에너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문규현 신부님은 앞으로 이 교육관을 중심으로 지열시스템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갖춰 놓고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사회의 기반인 에너지자립 마을의 표본현장으로 꾸며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화석 연료가 전혀 소요되지 않는 대체에너지 지열은 태양열의 50%가 지표면에 흡수, 축열된 것으로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총 에너지양의 5배가 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중물 교육관은 지열을 얻기 위해 땅속 깊이 150∼200m 정도까지 구멍을 뚫어 파이프를 묻었다고 합니다. 파이프를 묻어 지열교환기와 땅 사이의 적절한 열전달을 이루도록 했고, 지표면 근처의 오염물질이 누설되는 것을 막아 지하에 있는 수원을 위생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시공되었다고 합니다. 지열에너지는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고 기존 냉난방기보다 소요전력의 50% 정도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지열 시스템은 지하 10m 정도부터는 땅 속으로 방출시켜 냉방을 할 수 있고, 겨울에는 땅 속으로부터 열을 흡수, 실내로 방출하여 난방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날 교육관 행사장에는 마중물 회원들이 준비한 술과 떡이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내소사 진원 스님과 문정현·문규현 형제 신부님 역시 함께 잔치를 즐겼습니다.

문정현 신부님은 마중물의 최연소 회원인 강산이를 목말 태우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평택 대추리의 마지막 촛불 집회에서 뵙고 처음이었는데, 부쩍 늙어보였지만 여전히 힘이 넘치셨습니다.

생명평화 마중물 최연소회원인 강산이를 목말 태우고 춤추는 문정현신부님
 생명평화 마중물 최연소회원인 강산이를 목말 태우고 춤추는 문정현신부님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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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에는 지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교육관에서 박경장 선생의(명지대 객원교수) '지속 가능한 사회, 도시생태공동체가 대안인가?', 김성균 선생의 (성결대 생태공동체 연구소 연구위원) '지역사회의 힘, 도시생태공동체 쿠바를 중심으로', 한광용 선생의(전 녹색대학 교수) '외국사례를 통해 본 도시생태공동체' 등을 주제로 마중물 회원들과 토론이 있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머릿속에 내내 떠나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오래전 등용마을 야산, 황무지에 오늘의 숲을 일궈냈다는 소나무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작은 씨앗들이 숲을 일궈낸다는 만고의 진리가 새삼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한그루의 작은 소나무가 되어, 그 작은 씨앗이 되어 세상을 생명과 평화의 숲으로 가꿔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태그:#생명평화마중물교육관, #문규현, #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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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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