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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제대로 담긴 감칠맛 나는 비빔냉면이다.
 맛이 제대로 담긴 감칠맛 나는 비빔냉면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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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아프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며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갈고 닦으면 달인이 된다. 대를 이어가는 맛집들이 즐비한 가운데 식당 운영 5년 세월이면 아직 풋내기다. 그러나 이런 기준으로 맛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남 광양의 진주식당. 이곳에서 냉면 맛을 본 맛돌이의 느낌이 그렇다. 간호사 일을 하다 진주냉면을 알리겠노라고 경험도 없이 뛰어든 요식업의 길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김미자(56, 진주식당 대표)씨의 이야기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물냉면이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물냉면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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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음식을 남달리 좋아했던 김 대표는 언론에 소개된 수많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의 특징을 찾아냈다. 최고의 국내산 식재료에 갈고 닦은 음식기술을 접목,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허사, 해물육수를 이용한 진주냉면이 광양지역에서 먹혀들지 않아 초기에 쓰디쓴 실패를 경험했다.

냉면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니 고려시대부터 메밀을 이용한 메밀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평양냉면과 더불어 진주냉면을 최고로 여겼다. 이렇게 전통 있는 음식인데도 진주냉면이 광양 지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다.

진주의 향토음식인 진주냉면은 메밀가루에 고구마전분을 섞고 해산물을 이용한 장국과 쇠고기육수로 맛을 낸다. 채 썬 배추김치와 쇠고기육전, 오이, 전복, 석이버섯 등으로 고명을 올린다. 해물육수를 이용한 진주냉면에 반해 평양냉면은 쇠고기육수와 동치미국물을 이용한다. 면은 메밀가루에 감자전분을 섞어 사용하며 동치미무채, 돼지고기편육, 배, 달걀 반쪽을 올린다.

"냉면은 예술입니다. 식재료 한 가지만 달라져도 제맛이 안 나요."

냉면이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예술작품을 만들듯 정성을 다한다고 한다. 식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한데 모여 냉면의 참맛을 연출해내기 때문에.

식전 공복감을 해소하고 위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사골육수다.
 식전 공복감을 해소하고 위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사골육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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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주문하면 한우사골육수를 내온다. 여느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육수가 아니다. 한우사골과 닭을 통째로 넣어 푹 고아낸 진짜배기 진국이다. 이 육수는 음식을 먹기 전 공복감을 해소하고 위의 균형을 유지해준다. 5년 풋내기인 김 대표의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콤달콤한 비빔냉면과 시원한 물냉면을 함께 주문했다. 이곳 주인장에게 냉면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다.

"위 보호를 위해 고명으로 나온 계란 반쪽을 먼저 먹고 나머지 반은 나중에 드세요. 찬 음식인 냉면을 드실 때는 따뜻한 성질을 지닌 겨자를 넣어 드시면 좋아요."

좋은 식재료와 정성이 한데 어우러져서일까. 냉면 맛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함께 한 가족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그 맛에 반해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방을 살펴봤다. 조리실장 두 분이 만두를 빚고 있다. 조리경력 20년, 이 분야에서 나름 실력자인 그들은 이곳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진주냉면이 대표적이다. 다들 특성이 다른데 요즘에는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냉면에 사용하는 면은 가늘수록 맛과 목넘김이 좋다. 입에 면을 넣는 순간 후루룩~ 넘어가야 제맛.

이집의 냉면은 함흥식에 가깝다고 하는데 딱히 규정짓기는 힘들다. 함흥냉면은 녹말가루를 주재료로 한 국수에 생선회를 얹어 먹는 회냉면이다. 6.25 이후에 남쪽에 알려지면서 지역적인 특성 때문에 재료가 많이 바뀌었다. 감자에서 고구마녹말로, 회는 가자미에서 홍어로 바뀌었다.

이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메뉴 갈비탕이다.
 이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메뉴 갈비탕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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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돌이는 비빔냉면이 더 와 닿는다. 냉면과 왕만두의 식궁합도 좋다. 이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또 하나 있다. 갈비탕이다. 갈비탕의 맑은 국물은 아주 깔끔하게 입에 와 닿는다. 큼지막한 왕갈비를 포함 갈비도 세대나 들어있다. 찬은 상큼한 양파김치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알음알음 입소문 듣고 찾아간 맛집, 주인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지만 정말 마음에 와 닿는 집임에 분명하다. 앞으로 대물림까지 하겠다니 음식에 관한한 믿고 먹어도 될 듯싶다. 음식은 진실해야 된다. 보이지 않은 진실함이 음식에 오롯이 담겨있어야 진정한 맛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주냉면, #물냉면, #비빔냉면, #맛돌이, #갈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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