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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동안 이런 광경이 어딘가에서는 벌어졌을 것이다.

"내가 이번에 아파트를 샀어, 요즘 집값 많이 떨어졌잖아 지금 사는게 좋겠더라구."
"내가 2차전지주에다가 투자했는데 앞으로 많이 오를 것같아."
"곧 퇴직인데 깜깜해, 연금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놓을 걸."

우리가 명절에 만나면, 어떤 학교에 진학을 했는지를 묻고 취직은 잘 되는지 결혼할 사람은 있는지 묻는다. 이런 지난한 대화들이 끝나면 자신의 재정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들은 자신이 돈을 벌고 있고, 혹은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부자들의 생각법>(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부자들의 생각법>(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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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정말 돈을 벌게 될까?  <부자들의 생각법>(하노 벡·배명자 옮김, 갤리온, 2013)의 저자 하노 벡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 전문 기자로 승승장구 하던 시절 한 제빵 업체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 업체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곧이어 폭락했다.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했던 그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선택을 했다는 데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빠졌던 오류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부자들의 생각법>을 출간하게 된다.

이 책은 투자자들의 행동 경제학에 관한 책이다. 자본 시장을 대하는 인간들의 심리를 다룬다.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하고 어떤 채권,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본 시장에서 어떤 오류들을 범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기 쉬운 지를 밝힌다.

<부자들의 생각법>에서 언급하는 몇가지 심리를 소개하자면, 투자자들은 이익 얻으려는 성향 보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더 크고(손실 회피 심리), 그래서 투자자들은 본전 생각 때문에 손해를 본 주식보다 이익이 난 주식을 빨리 처분해버리는 경우(처분 효과)가 많다.

또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향(소유 효과)이 강하고, 투자자에게 스스로 능력을 과대 평가해서 자신과 외부 환경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심리(통제의 환상)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심리와 경향, 각각이 혹은 같이 얽혀서 투자자들을 자본 시장에서 실패하게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자본 시장에서 겪는 실패들을 이런 심리 이론들을 통해서 설명하고, 어떻게 우리가 빠질 수 있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도 풍부한 예시와 쉬운 서술로 제시한다.

시중에는 각종 재테크 서적들이 넘쳐난다. 각종 기술적 분석을 통하면 주식 대박을 칠 수 있다고 하고, 무조건 배당주에 투자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부동산 경매를 통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런 방법들의 효과를 떠나서, 과연 이런 식으로 말하는 책들이 제대로된 방식의 접근을 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투자는 자신의 자산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데 목적이 있고, 자본 시장에서 투자의 결정은 언제나 사람이 내린다.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부자들의 생각법>은 자본 시장 안에서 행동하는 투자자라는 본질 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재테크 서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기술적 분석과 배당주 투자, 부동산 경매가 이루어 냈고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성과가 투자자들의 환상이나 심리적 오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지, 우연의 산물은 아닌지 살펴 볼 수 있는 여지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 책의 다른 장점은 효율적인 편집에 있다. 각 챕터 별로 꼬리를 이어가며 각종 이론과 심리 현상들을 설명하고, 다시 한번 앞에서 사용된 용어들을 따로 정리를 해주고, 투자 할 때 빠질 수 있는 오류들을 피할 수 있는 지침들을 제시한다. 분량에 비해 많은 이론들이 소개 되고 있어서 이런 정리가 없었다면 독자가 용어가 어떤 의미인지 찾기 위해 앞뒤로 뒤척여야 했을 것이다.

다시 명절 때 만났던 친척들을 돌이켜보자. 미국 연방 준비 은행은 언제 양적 완화에 돌입할지 모른다.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급락했고 국제 금융 시장은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그들은 투자한 주식과 부동산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결정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투자에서 큰 성공은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의심에 <부자들의 생각법>도움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서평은 저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theteller)에도 게시 했습니다.



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갤리온(2013)


태그:#부자들의 생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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