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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 시대의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니 마치 조선 시대의 망나니 칼춤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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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를 통해 정치적 앙금을 깨끗하게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사내다운 모습을 꼭 보여주길 바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사내다움'에 대한 훈계가 흘러나왔다. 13일 오후 의원총회에서다. 바른정당 탈당파 9인의 복당 절차를 문제 삼으며 당내 친박계(친박근혜계) 의원 15인(이완영·이장우·정종섭·이양수·한선교·이채익·박대출·추경호·김기선·김태흠·박완수·이헌승·윤상직·주광덕·함진규)이 소집을 요청한 자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조치와 탈당파 수용 이후 친박 진영과 연일 '말 전쟁'을 치르고 있는 홍 대표가 성 차별적 정치 수사까지 꺼내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당의 단결을 주문하면서도, 여성 의원을 배제하는 차별적 언어로 화합을 그르치고 있는 모습이다.

홍준표의 '사내답게' 말버릇, 왜 반복될까

홍 대표가 '사내다움'을 강조한 의원총회 자리에는 나경원·박순자·이은재·최연혜·김정재·송희경·윤종필·임이자 의원 등 여성 의원이 다수 참석하고 있었다. 홍 대표에 반기를 든 15인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의원이 없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한마음이 돼야 한다"면서 "적전분열(敵前分裂 : 적과 전투를 치르기에 앞서 내분으로 자기 진영에 분열이 일어나는 것)은 힘든 세월에서 더 힘든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사내다움'은 홍 대표가 애용해 온 정치 수사다. 특히 타인에게 주요한 결단을 요구할 때 자주 써먹었다. 가장 최근에는 서청원 의원에게 같은 수사를 반복했다. 홍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조치에 반발한 서 의원에게 "당과 나라를 이렇게 망쳤으면 사내답게 반성하고 조용히 떠나라"고 요청했다.

당일 의원총회처럼 여성 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사내다움'을 강조한 적도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 5월 1일 바른정당 내 보수후보단일화를 주장한 '예비 탈당자' 14명 앞에서 "함께 가고 같이 가자"면서 "사내답게"를 외쳤다.

그는 당시 함께 있던 박순자 의원을 의식한 듯 "여자 한 사람이 있는데 좀 이상하지만, 박 의원을 여자로 취급 안 하니까. 함께 가자"고 덧붙였다. 자신의 '사내답게'라는 발언을 '이상하다'고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차별적 인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수사는 과거 보도 검색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여성학자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 안타까워"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재입당한 김용태 강길부 의원등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태흠 최고위원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하고 있다.
▲ 한국당 재입당파 의총 신고식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재입당한 김용태 강길부 의원등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김태흠 최고위원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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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도 좋고, 낮도 좋고, 어느 장소라도 좋으니 원내대표끼리 1대1로 만나서 사내답게 털어놓고 승부를 보자." - 2008년 7월 8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개원 관련 독대 회담을 제안하며

"잘못했으면 사내답게 책임지는 풍토가 없고,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없다." - 2008년 7월 29일 국정 공백 대처에 미흡한 정부를 비판하며

"사내답게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져 주었으면 그런 바람이 있는 거지, 자질구레하게 변명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노무현답지 않다." - 2009년 4월 23일 BBS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 대응을 비난하며


"사내답게 공개하고, 문제가 있으면 솎아내고, 범죄가 있다면 특검 조사를 하면 될 것이 아니냐." - 2010년 7월 13일 BBS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정두언 전 의원의 '권력투쟁' 논란을 지적하며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이 UN 권고 30%에 한참 못 미치는 17%에 그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내답게'라는 홍 대표의 수사는 남성 중심 국회의 씁쓸한 뒷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홍 대표의 이러한 성차별적 수사는 줄곧 여성학계로부터 비판받아오기도 했다. 

강월구 강릉원주대 초빙교수(전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의 이 같은 인식을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강 교수는 지난 9월 '한국정치, 마초에서 여성으로'라는 토크콘서트에서 홍 대표와 만나 "여성들이 뭘 원하는지 진지하게 듣고 변화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강 교수는 통화에서 "'사내답게'라는 말은 포용력이 넓고 올바른 생각이라는 말인데, 사내가 하는 생각은 다 그렇다는 것 아닌가"라면서 "나머지 여성들을 다 소외시키는 발언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홍 대표의 '사내답게'의 어원을 과거 대학가에서 부르던 '막걸리 찬가'에서 찾았다. 강 교수는 "(그 노래에는) '막걸리를 마셔도 사내답게'라는 말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담겨 있다"면서 "남성성은 그저 옳고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꾸 듣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육이라는 형태로, 성 평등 인식을 높이는 교육을 의원들만 따로 받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당 안에서 그런 인식으로는 (민심 잡기 등) 안 되겠네, 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태그:#홍준표, #성평등, #자유한국당, #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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