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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에이치엘비에서 K스탑 운동이 벌어졌다.
 1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에이치엘비에서 K스탑 운동이 벌어졌다.
ⓒ 네이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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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반대 목소리를 내던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이 '한국판 게임스톱'(K스톱)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코스닥 공매도 잔고 1위 종목인 에이치엘비를 첫 목표물로 집중 매수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약속된 시간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전날 대비 5.54% 상승하는 데 그쳤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한투연 쪽은 홍보 효과는 있었다고 보고, 미비점을 보완해 오는 8월 15일 전후 다시 한번 K스탑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투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개인투자자 1000여명은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에이치엘비 주식 매수에 나섰다. 공매도란 주식을 먼저 빌려 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재구매해 갚는 방식의 투자다. 주식 매도 가격과 다시 사들인 금액의 차이 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동안 한투연은 공매도 제도가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라고 주장해왔다. 그중에서도 의무상환 기간과 담보비율을 문제 삼았다. 의무 상환기한이란 빌린 주식을 되갚아야 하는 기간을, 담보비율이란 공매도를 시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뜻한다. 한투연은 개인은 의무상환기한이 60일로 제한돼 있는 데 반해 기관·외국인의 경우는 사실상 상환 기한이 없는 데다 담보비율 또한 기관·외국인은 105%인 반면 개인은 140%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공매도 제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해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한투연은 이달 초부터 공매도 제도를 비판하고 공매도로 돈을 버는 '세력'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자며 이번 국지전을 예고해왔다. 7월 중순을 전후로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공매도가 많이 이뤄지는 종목을 투자자들이 한 날 한 시에 강력 매수해 공매도 세력에 본 때를 보여주기로 한 것.

지난 1월 미국 주식시장에서 벌어졌던 일명 '게임스탑 사태'와 유사한 형태다. 당시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레딧'이라는 이름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공매도로 돈을 벌어 온 헤지펀드를 상대로 전투를 결의했다. 그 후 미국의 비디오게임 판매점인 게임스탑 종목을 집중 매수해 주가를 올려 공매도에 나선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사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잔고를 청산한 바 있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에이치엘비 주식을 4주나 44주 등의 숫자로 매수하기로 한 사전 지침에 따라 주식을 사들였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께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22.16% 오른 4만3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거래량 또한 전날 대비 약 17배 급증했다. 

하지만 매수를 집중시키기로 한 오후 3시가 되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3만6550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전날 종가 대비 5.54% 오른 3만7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 2월 운행한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 2월 운행한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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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탑 운동을 유튜브로 생중계한 한 한투연 관계자는 이날 실패를 '단타족'의 매도 탓으로 돌렸다. K스탑 운동의 방식이 사전에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오전 주식을 사두었다가 '전투' 시작 전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간 단기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K스탑 운동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K스탑 운동이 '하루짜리' 이벤트였다는 점을 한계로 꼽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로선 K스탑 운동에 참여한 후 장이 마감되기 전에 매수한 주식을 되팔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투연의 사전 지침에 따라 오후 3시에 맞춰 에이치엘비 주식 매수에 나선 개미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입게 됐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작전에 개인들이 대항하기엔 아직은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그는 "K스탑 운동은 단기 주가를 급등시킬 목적이 아니었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대선 주자들에게 공매도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그런 면에서선 이번 운동은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또 "광복절 전후로 전개될 본격적인 K스탑 운동에서는 이번 미비점을 보완해 잘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태그:#K스탑, #한투연, #공매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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