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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5일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 검찰의 수사를 제외하는 걸 핵심으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 검찰의 수사를 제외하는 걸 핵심으로 한다.
ⓒ 국회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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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적 박탈) 법안'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검찰과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법 제4조의 변경이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찰의 권한을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수사는 제외한다"로 바뀌었다. 즉, 검찰에 수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전 법안에서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인 6대 중요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가 가능했다.

예외는 있다. 검찰은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는 수사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법안에도 명시되어 있는 검찰의 권한이었다. 그 외에도 개정안은 마약수사사무관이나 마약수사주사 등 검찰에 속해 수사를 돕는 직종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 수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15일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형사소송법 제196조의 삭제다. 형사소송법 제196조는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인데 수사권이 사라졌으니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또한 개정안은 형사소송법 제197조에 다음과 같은 두 항을 신설했다.
 
③ 검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할 수 있다.

④ 제3항 및 다른 법률에 따라 범죄수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가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사법경찰관으로 본다.
 
이에 따르면 검찰청법 제4조에 따라 경찰이나 공수처에 속한 공무원을 검찰이 수사할 때 수사에 참여하는 검사의 신분은 법적으로 경찰이라는 의미다. 즉 적어도 법적으로 검사가 수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에 참여하는 즉시 형사소송법 제197조에 의해 그는 사법경찰관이기 때문이다. 즉 법적으로는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OECD 회원국 77%, 검사 수사권 헌법이나 법률에 명시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77%에 달하는 27개국이 헌법이나 법률에 검찰의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77%에 달하는 27개국이 헌법이나 법률에 검찰의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 한국형사사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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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렇게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제외한 국가는 드물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안보 관련 범죄와 고위공무원의 범죄, 주요 경제범죄 등 특수범죄는 연방검찰이 수사할 수 있고 각 주마다 있는 주검찰청은 주 전역의 사건들을 수사할 수 있다. 연방검찰의 경우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지휘권 역시 지니고 있다.

독일은 독일 형사소송법 제161조와 제163조에 의거해 수사의 주재자는 검찰임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자체적인 수사인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해 직접 수사에 관여하는 경우는 정치사건, 경제사건, 조직범죄, 마약범죄 등 중요사건에 국한되어 있다.

아예 검찰에 수사권이 없는 국가 중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이다. 그런데 영국은 검찰 자체가 1985년에 창설된 국가이자 대륙법 국가인 한국과 달리 영미법 국가다. 개인이 개인에게 형사고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과는 법 체계가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7년 발표한 '헌법상 영장청구권 검사전속 규정의 현대적 의미와 검찰개혁을 위한 올바른 개헌방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77%에 달하는 27개국이 헌법이나 법률에 검찰의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아예 수사에서 제외된 국가는 극히 드물다.

유럽의 경우에도 유럽평의회 산하 '효과적 사법을 위한 유럽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전체 46개국 중 2014년 기준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하거나 감독하는 국가가 39개국, 수사를 하는 국가가 35개국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020년 발표한 '수사권·기소권 분리와 독립수사기구 설치 방안'이라는 제목의 국회입법조사처의 용역보고서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의 폐지와 함께 수사경찰의 1차적 수사 종결권 행사에 따라 경찰의 비대화 내지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 검찰, 자치경찰, 국가수사본부로 분화되어 있는 현 수사체제를 효율화하기 위해 아예 수사는 독립수사기구를 신설해 수사만 담당하고 검찰과 공수처는 공소권 행사로 독립수사기구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안은 경찰청의 수사조직과 인원이 독립수사청으로 이전함으로써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로도 이어지고 기관 내 분리라는 한계점을 지닌 국가수사본부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하 교수는 보고서 말미에 "그런데 이 연구가 위와 같이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장기적인 과제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면서 "2021년 공수처가 출범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입법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이 연구는 그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현장 무시한 채 속전속결로 '검수완박 법안' 발의한 민주당
     
즉, 현재 네 곳으로 수사가 분화된 상황을 지켜보고 한계가 있다면 장기적인 과제로서 독립수사청을 창설하자는 얘기다. 그런데 민주당은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 지 겨우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어떠한 한계점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무작정 검찰의 모든 수사권을 경찰에게 이관하는 법안을 '검수완박 법안'이라고 발의한 셈이다.

게다가 6대 중요범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의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현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는 14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6대 범죄가 전체 (범죄)의 0.1%밖에 안 되는데 나머지 99.9%를 경찰에 하라고 탁 던져버리면 갑자기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사건은 계속 쏟아져 들어오는데 도저히 방법이 없으니까 지금 제가 느낄 때는 약간 될대로 대라 거의 이런 느낌으로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현장의 혼란에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한국형 FBI'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판단이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기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는 4000~5000건으로 경찰에 이관하는 데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봤다"며 "중수청 문제는 새로운 국가조직 신설하는 제정법이라 윤석열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올 것이라 민주당이 대안을 갖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에서 무슨 부나 팀 하나 신설하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돈과 시간이 드는 문제를 갑자기 뚝딱 100일 만에 한국형 FBI 만들겠다는 게 가능한가. 만든다고 끝이 아니고 그게 잘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데 공수처를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중수청 설립되기 전까지 증발되는 권력과 범죄는 어떻게 하나"라는 김 변호사의 말처럼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 교수의 주장대로 장기적인 과제를 이렇게 단기간에 속전속결하려는 민주당의 저의가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태그:#더불어민주당,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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