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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반려견
ⓒ Austin Ell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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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기견을 파출소에 데려다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유기견인지, 보호자가 잃어버린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프렌치 불독으로 보이는 강아지는 희한하게 쿠션 넥카라를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반려견 산책 중에 발견한 아이라 일단은 쫓아가 보기로 했고 혹시나 해서 이리로 오라고 손짓해 불렀더니 이 똑똑이는 차도(차가 없을 때 불렀다)를 건너 나에게 왔다.

소형견이라 한 손으로 들어 시청의 동물자원과에 전화했는데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800m 떨어진 파출소에 데려갔더니 유기견을 데려다 줬을 때 매뉴얼이 있는 것 같았라.

바로 보호소에서 데릴러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넥카라가 꾀죄죄한 점과 냄새가 좀 나는 것으로 봐서는 당일 잃어버린 아이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제발 잃어버린 것이기를 바라면서 파출소를 나왔다.

지인이 제주도에서 유기견들을 돌보는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다. 쉽게 살 수 있다면 쉽게 버릴 수도 있는 법.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반려견 문화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유기견 문제는 꽤 심각하다. 안타깝지만 유기견을 케어하고 입양을 보내는 곳은 많지 않고 그마저도 대형견보다는 소형견을 선호하니 안락사에 부정적이어도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쉽게 못 키우게 하고, 검증을 통해 입양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 생각하지만 당장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한숨만 나온다. 그래서 유기견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큰 일이 아니더라도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았는데 물품을 기부하는 것이었다. 해외직구로 구매했는데 작아서 입지 못하는 옷이랑 어릴 때 사용해서 지금은 쓰지 않는 리드줄과 넥카라가 있어서 지인한테 물어보았다. 

겨울이 되면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에게 옷이 필요하기도 하니 옷(당연히 멀쩡한 옷이어야 한다)을 기부 받는다고 했고 리드줄과 넥카라도 주면 좋다고 했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은 간식이나 사료도 같이 동봉해서 보냈다.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선 내 옷만큼이나 강아지 옷에 신경 쓰는 집도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집은 강아지 옷만 20벌이 되고 외출할 때 마음에 드는 옷을 입혀서 외출하기도 한다.

내가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것만큼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보호소에 안 입는, 안 쓰는 물건을 보내면 안 될 것이다. 그 보호소에서 강아지 물품을 기부 받는지를 확인하고 보내야 제대로 쓰일 수 있고 그래야 가치 있는 나눔이 된다.

귀여운 프렌치 불독을 파출소에 맡길 때 경찰관이 물었다. "10일 후에도 보호자가 안 찾아가면 안락사 시키는 거 알죠?" 10일이 지난 지금, 프렌치 불독은 주인을 잘 찾아갔을까? 아니면 원하지 않는 선택을 당했을까? 차마 파출소에 전화해서 확인은 하지 못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내 팔이 기억하는 그 아이의 체온을 안락사라는 결말로 기억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기견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새로운 보호자를 기다리는 유기견들이 보호소에서 잘 케어받기를 바라며 안 쓰는 반려견 물건이 있다면 기부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태그:#반려견, #반려견문화, #유기견, #강아지물품, #강아지옷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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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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