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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다. 을숙도 남단 갯벌의 평화로운 모습.
 낙동강 하구다. 을숙도 남단 갯벌의 평화로운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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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은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가 한 달에 한 번 탐사를 떠난 날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됐으니 이번이 4회차 탐사다. 장소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 낙동강 하구. 탐사의 마지막 종점이자, 우리에게 을숙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을숙도는 아픔이 서려 있는 공간이다. 1966년도에 이미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왔다. 매립장을 다 메운 뒤 이곳을 리모델링해 겨우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

을숙도에는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가 들어와 낙동강 하구를 관리하고 날마다 탐방객을 맞아 을숙도의 생태와 역사를 사진과 화면 등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낙동강과 남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날이 오길...
 
이승준 교수와 그의 제자 옥현지 연구원으로부터 녹조에 대해 설명을 듣는 탐사 대원들.
 이승준 교수와 그의 제자 옥현지 연구원으로부터 녹조에 대해 설명을 듣는 탐사 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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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대원들이 현미경을 통해 직접 녹조를 관찰해보고 있다.
 탐사대원들이 현미경을 통해 직접 녹조를 관찰해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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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탐사대는 가장 먼저 부경대로 향했다. 최근 낙동강 녹조 독소 분석 전문가로 유명한 이승준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탐사대원들은 이 교수와 옥현지 연구원을 만나 녹조가 무엇이고, 그 안에는 어떤 심각한 독이 들어있으며,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하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연구실에서 직접 시료를 분석하는 과정에 참여해보고 현미경으로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을 관찰해보기도 했다. 녹색 환 모양의 마이크로시티스와 다른 종들도 두 눈으로 살펴봤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다. 이곳에서 '낙동강하구기수생태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처장으로부터 하굿둑 개방의 역사와 그 전망을 들었다. 그는 지난 2016년경부터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부터 하굿둑이 열려 기수 생태계(바닷물과 민물이 만나 이룬 생태계)가 되돌아오고 있는 놀라운 변화의 과정을 설명했다.

기수역이란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수역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다양한 물고기가 서식하는 중요한 생태계다. 그런 기수역이 지난 1987년 준공된 하굿둑으로 막혀 망가졌다. 그 하구가 다시 열림으로써 그 기수 생태계가 돌아오고 있고, 그 결과 연어와 뱀장어 등 사라진 물고기들이 돌아오고 있는 생태 복원의 현장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굿둑 총 10개의 수문 중 고작 1개만 열렸을 뿐이다. 여전히 육중한 하굿둑은 바다와 낙동강을 가로막고 서 있다. 하굿둑 콘크리트덩이가 허물어지고 낙동강과 남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탐사대원들과 함께 기원했다.
 
낙동강하구기수생태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처장으로부터 하굿둑 개방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낙동강하구기수생태복원협의회 최대현 사무처장으로부터 하굿둑 개방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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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뒤로 아름다운 습지가 형성돼 있다.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뒤로 아름다운 습지가 형성돼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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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어도갤러리에서 어도를 통해 이동하는 물고기를 관찰하다.
 낙동강 어도갤러리에서 어도를 통해 이동하는 물고기를 관찰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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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대현 처장은 탐사대를 물고기 소상 현장으로 안내했다. 서낙동강의 '낙동강 어도갤러리'다.

전망대에서 어도갤러리까지 가는 길은 걸어서 대략 30분 걸리는 거리로 을숙도를 가로지른다. 을숙도는 에코센터 초입의 안내판을 기준으로 남으로는 에코센터와 철새공원이 있고 북으로는 공원의 형태의 피크닉광장이 있다. 철새공원은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야생의 공간이고, 피크닉광장은 말 그대도 사람들이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놓았다.
       
탐사대는 에코센터에서부터 난 신작로와 오솔길을 통해 서낙동강 쪽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이동 중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가시연 인공 군락지를 만났다. 규모는 아주 작았지만 함부로 볼 수 없는 가시연과 그 꽃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일반적인 홍련과 백련처럼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닌 작고 소박한 꽃이 특이한 형태로 피어난다.
 
을숙도 안에서 만난 가시연 인공 군락지. 이곳에서 가시연의 꽃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을숙도 안에서 만난 가시연 인공 군락지. 이곳에서 가시연의 꽃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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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분을 걸어 서낙동강 하굿둑 어도갤러리에 다다랐다. 어도에 놓인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봤지만 아쉽게도 물고기를 볼 수는 없었다. 이동철이 아닌데다 유리창에 때가 너무 끼고 물빛도 탁해 속이 잘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이곳 물고기는 산란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생 강에서 살다가 바다로 가서 알을 낳는 종이 있고, 바다에서 살다가 반대로 알을 낳으러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종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전자를 강하성 물고기라 하는데 뱀장어가 대표적이다. 후자를 소하성 물고기라 하고 대표적으로 연어, 숭어, 웅어, 은어 등이 있다. 물고기의 생태도 알면 알수록 신비에 가득 차 있다. 

을숙도 남단 갯벌에서 게와 악수하다
 
을숙도 남단의 풍경과 하나가 된 낙동강 탐사대원들.
 을숙도 남단의 풍경과 하나가 된 낙동강 탐사대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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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탐사대원들은 철새와 습지 보호로 유명한 단체인 '습지의새들의친구' 박중록 선생을 만나 을숙도 남단과 아미산 전망대 등을 둘러봤다. 박중록 선생은 전교조 초대 교사로 지금은 교단을 은퇴하고 오로지 철새들과 습지보호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현장을 누비면서 을숙도를 안내해주셨다.

을숙도 남단 탐조대에서 바라보는 갯벌은 참 아름다웠다. 끝도 모르게 뻗어간 갯벌과 갈대숲은 조화를 이루어 한폭의 그림을 선사해주었다. 선생은 아이들을 그 아름다운 풍광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다. 갯벌을 배경으로 서서 한 장 사진 속으로 탐사대원들을 담아주신 것이다. 선생이 항상 들고 다니는 한땀 한땀 손으로 수놓은, '개발보다 보존', '지켜요 낙동강 하구'가 적힌, 두 장의 현수막을 들고서 탐사대원들은 기꺼이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됐다.
 
박중록 선생님이 게를 잡아서 탐사대원의 손에 넘겨주고 있다
 박중록 선생님이 게를 잡아서 탐사대원의 손에 넘겨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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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게와 악수한 낙동강 탐사대원.
 낙동강 게와 악수한 낙동강 탐사대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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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록 선생님이 만들어준 갈대잎 바람개비를 손에 든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황지율 대원.
 박중록 선생님이 만들어준 갈대잎 바람개비를 손에 든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황지율 대원.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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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과 두 번째로 들른 곳은 갯벌이다. 펄 사이사이 난 구멍 그곳에 생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들이다. 이름 모를 수많은 게들이 인기척에 놀라 구멍으로 숨어들었는데, 선생의 쌍안경 덕분에 저 멀리 갯구멍 속에서 나온 무수한 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윽고 선생은 갯구멍을 나온 게 한 마리를 낚아채 아이들에게 게와 악수하는 법을 일려주셨다. 아주 조심스럽게 게를 다루니 게가 선생의 손을 집게발로 잡았다. 그 모습이 진짜로 악수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또한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직접 펄을 떠서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펄은 천연 머드팩이라시면 직접 당신의 볼을 문지른다. 탐사대원들은 선생이 갈대 잎을 이용해 손수 만들어준 천연 바람개비를 하나씩 들고나서야 펄을 나올 수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선생은 아이들에게 진정한 낙동강 하구의 모습을 보여주시겠다면서 일정에도 없는 아미산 전망대로 탐사대원들을 안내했다. 도중에 최근 녹조 때문에 유명세를 탄 다대포해수욕장을 만났다.
      
다대포해수욕장은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에 만들어진 해수욕장이다. 그 입지만으로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차에서 내려서 해변을 거닐어보고 싶은 몇 안되는 그런 해수욕장이었다. 

이윽고 전망대에 다다랐다. 이곳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는 정말 아름다웠다. 섬도 아니고 모래톱도 아닌 등이란 독특한 지형으로 이루어진 풍광은 가히 일품이었다.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대원들은 이곳을 고이 간직하고자 다시 풍광의 일부로 섰다. 탐사대와 박중록 선생은 그렇게 낙동강 하구의 풍광 속으로 다시 함께 들어갔다.
       
그 풍광에는 저 멀리 신공항으로 유명세를 탄 가덕도도 보인다.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작은 섬 가덕도를 싹둑 잘라 그곳에 공항을 짓겠다는 것이 가덕도 신공항이다. 그러나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그곳에 공항이 들어온다는 것은 미친 짓이란 탄식을 저저로 내뱉게 된다.

그곳 역시 낙동강 하구의 일부다. 이 아름다운 낙동강 하구의 풍광을 망칠 그 신공항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공항인가. 가덕도 생태계 파괴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와 아울러 이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풍광을 잃어버리게 될 것만 같아 너무 안타깝게 다가온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낙동강 하구는 끝"이라는 박중록 선생의 말씀은 전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낙동강 하구에서 만난 다대포 해수욕장. 이 다대포에 지난 8월 12일 낙동강에서 흘러온 녹조가 해변을 뒤덮었다.
 낙동강 하구에서 만난 다대포 해수욕장. 이 다대포에 지난 8월 12일 낙동강에서 흘러온 녹조가 해변을 뒤덮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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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의 풍경. 가운데 도요등이 보이고 뒤로는 그 유명한 가덕도가 보인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의 풍경. 가운데 도요등이 보이고 뒤로는 그 유명한 가덕도가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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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을 시간까지 이어전 이날의 탐사는 탐사대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 아이들과의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기고 탐사대는 아쉬운 여운을 남기고 대구로 향했다.
             
한편,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란 프로그램은 창녕환경운동연합이 주관하고 수돗물 시민네트워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두 소녀 대원이 든 현수막 뒤로 아름다운 낙동강 하구가 펼쳐져 있다. 그래도 한폭의 그림이다.
 미래세대 낙동강 탐사대 두 소녀 대원이 든 현수막 뒤로 아름다운 낙동강 하구가 펼쳐져 있다. 그래도 한폭의 그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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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고 탐사대 대원들이 피케팅을 하면서 풍광과 하나가 됐다.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고 탐사대 대원들이 피케팅을 하면서 풍광과 하나가 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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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기록하면서 4대강사업의 해악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8개 보와 하굿둑이 모두 사라지고 낙동강이 수억년을 그래왔듯이 평화로이 흘러갈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태그:#낙동강 하구, #을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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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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