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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협곡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봉화군 명호면 삼동재 범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풍경이다. 낙동강 상류는 이런 협곡의 풍광이 대부분이다.
 낙동강 협곡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봉화군 명호면 삼동재 범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 풍경이다. 낙동강 상류는 이런 협곡의 풍광이 대부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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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영풍석포제련소를 다녀왔다. 전날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회 워크숍으로 봉화 석포면을 찾았다가 영풍석포제련소 현장으로 향한 것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것임에도 그곳은 볼 때마다 놀라움을 안겨준다. 

대구에서 경북 봉화 석포를 가려면 마지막에 영주와 울진간 고속국도를 타야 한다. 그 도로를 주행하다 봉화 대현교차로에서 대현2리 쪽으로 길을 잡으면, 협곡을 만난다. 가장 먼저 열목어 남방한계 서식처인 백천계곡을 만나게 되고 계속 따라 내려가다 보면 육송정삼거리에서 태백에서 내려오는 황지천(낙동강 최상류의 다른 이름)을 만나 비로소 낙동강이 시작된다. 천에서 강으로 이름도 바뀌면서 제법 거센 물살을 목격할 수 있다. 
  
산과 산 사이를 요리조리 흘러가면서 협곡 특유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이런 풍광은 90㎞ 하류 안동댐까지 이어진다. 그런데 딱 한 구간에서 그 풍경이 달라지는데, 바로 육송정삼거리에서 하류쪽으로 3㎞ 떨어진 곳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가 들어선 물돌이 지형을 지날 때다. 협곡은 석포역 입구에서부터 갑자기 낯선 풍경을 연출한다.
 
삼동재 범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풍경과 거의 흡사한 물돌이 지형에 자연은 사라지고 산업단지 수준의 공장이 들어서 있다. 바로 영풍석포제련소다.
 삼동재 범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풍경과 거의 흡사한 물돌이 지형에 자연은 사라지고 산업단지 수준의 공장이 들어서 있다. 바로 영풍석포제련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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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대한 중화학공업단지가 들어선 듯한 풍광이 펼쳐지는데 그곳이 바로 영풍석포제련소다. 물돌이 지형을 따라 제1공장부터 제2공장, 제3공장까지 차례로 들어서 있다. '협곡'과 '공업단지'라는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이곳 낙동강 최상류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갈 때마다 이질적 풍광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는 주변 산지를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주변 산지의 식생(나무와 풀)이 대부분 고사해버린 '죽음의 풍광' 때문이다. 일부 심한 곳에선 산 자체가 흘러내린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토양 자체가 산성화되어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제련소로 인해 최토화된 산지. 산 자체가 산상화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영풍제련소로 인해 최토화된 산지. 산 자체가 산상화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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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석포제련소 105개 굴뚝에서 일제히 뿜어져나오는 아황산가스, 더 정확히 말하면 황산가스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1970년부터이니 반세기가 넘게 돌아간 이 공장은 주변 풍광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 신기선 위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아연을 제련하는 그 원광석에는 아연도 많이 들어있지만 황(S)도 많이 들어있다. 그 원광석이 바로 황화아연인데 그 원광석의 약 20~30%가 황이다. 제련 공정 속에서 원광석을 태워 녹이면 그 황이 타서 기체로 비산된다. (비산을 없애기 위해) 거기에 물을 뿌리게 되는데 그 기체가 물과 만나 거기서 황산이 나오고 일부는 증기로 발생된다. 그 증기가 바로 황산 수증기다. 이것이 주변 식생을 초토화시키는 주범이다."

수증기 발생지역이라 적혀 있는 그곳에서 황산 수증기가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뿜어져 나오고 그것이 주변 산지의 식생을 초토화시킨다는 설명이다. 근처에서 매캐한 냄새는 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 수증기가 식물 자체를 자랄 수 없게 한다면, 그런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의 건강은 어떨까?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들.
 영풍석포제련소 제1공장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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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풍제련소 폐쇄하라!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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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아프면 사람 또한 아프다"란 말은 바로 이런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곳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들이 "영풍제련소 폐쇄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서서 현장 퍼포먼스를 진행한 이유다.

공기, 토양, 물 모두 심각한 오염을 일으키는 영풍석포제련소

공기뿐만이 아니다. 영풍제련소 주변 토양 오염도 심각하다. 2016년 한국환경공단이 환경부 의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련소 반경 4km 이내 70만8980㎡가 아연, 비소 등 중금속 우려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고 주변 농작물이 카드뮴으로 오염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최근 '영풍제련소 주변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영풍 공대위) 임덕자 집행위원장이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봉화군 석포면의 농산물조사 결과서'와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식약처 고시에 따르면, 과일류의 납과 카드뮴 기준은 각각 0.1 이하, 0.05 이하이고 근채류의 경우 두 가지 모두 0.1 이하이다. 
 
봉화군의 석포면 소재 농가의 농작물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계속해서 카드뮴과 납이 검출되고 있다.
 봉화군의 석포면 소재 농가의 농작물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계속해서 카드뮴과 납이 검출되고 있다.
ⓒ 임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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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련 공정에서 나오는 침출수 등이 흘러들어 공장부지의 토양오염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봉화군은 2015년 영풍석포제련소 측에 제1, 2공장의 토양정화명령이란 행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낙동강 수질 또한 심각한 오염을 일으키고 있단 사실이 환경부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민관협의체인 '낙동강 상류(안동댐) 환경관리협의회' 2019년 조사용역 결과, 공장 지하수에서 지하수 생활용수 기준 33만2650배의 카드뮴이 검출되었고 복류수(하천둔치 아래를 흐르는 물)에서도 15만4728배가 나왔다. 그리고 하천수에서도 기준치 120배의 카드뮴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영풍석포제련소에서 하루 나오는 카드뮴의 양은 22kg이었다. 
 
공장부지를 따라 차수벽을 설치했지만 차수벽 자체가 구멍이 숭숭 뚫렸고 이후 
 공장부지를 따라 차집시설을 설치했다.
 공장부지를 따라 차수벽을 설치했지만 차수벽 자체가 구멍이 숭숭 뚫렸고 이후 공장부지를 따라 차집시설을 설치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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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석포제련소는 이를 시정하고자 제련 공정에 무방류시스템이란 것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이에 대해 신기선 위원장은 "무방류시스템이란 것이 오염수를 끓여서 수증기를 포집해서 그 물을 다시 재사용한다는 것인데, 그때 나오는 수증기 오염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여전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라고 주장했다. 

제련소는 오염된 지하수가 낙동강으로 새어 나오는 문제에 대응하겠다며 오래전 공장 주변을 따라 차수벽 공사를 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신 위원장은 "그 지하수가 산도가 1(강산성)이라, 차수벽이 6개월 못 버틴다. 차수 시트파일이 빵구가 난 것이 확인됐다"라며 "재작년부터 새어나오는 지하수를 모으는 차집시설 공사를 시작해서 작년 9월 완공했지만 시트파일을 박아서 벽을 쳤는데 물고가는 이음새 부분 코팅 부분이 까져 그리로 물이 샜다. 그걸 급결제로 발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은 더 새고 있다 봐야 한다. 여전히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2018년 2월 정수되지 않은 폐수를 무단 방류해서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경상북도로부터 20일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영풍석포제련소는 이에 소송으로 대응하다 2021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조업정지 10일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같은해 11월 8일부터 열흘간 영풍석포제련소 역사상 처음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2020년 경상북도로부터 또 다시 물환경보전법 등을 어겼다는 이유로 60일 조업정치 처분을 받았고, 현재 법정 다툼 중이다. 

영풍석포제련소 관련 이슈는 또 있다. 2014년 제3공장을 불법 증설해 폐슬러지 재처리시설을 꾸려 2015년부터 가동해오던 제련소는 지난해 환경부 통합환경허가 조건으로 '제1공장 뒤편 8800평의 침전조에 쌓아둔 폐슬러지를 한꺼번에 처리하라'는 환경부의 명령을 받게 된다. 이로인해 더 이상 폐슬러지 재처리 사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되자, 공정을 바꿔 폐배터리 재처리 공장 가동에 나섰고, '영풍 공대위'는 주민 등의 의견 수렴을 위한 공람 과정에 문제제기 의견서를 내는 등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맨 왼쪽 물돌이지형에 들어선 것이 제 3공장으로 이곳에 TSL 공정을 폐배터리 재처리 공정으로 전용 가동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제1, 2, 3공장이 나란히 서 있고 주변 산지의 식생들이 초토화된 것이 눈에 그대로 들어온다.
 맨 왼쪽 물돌이지형에 들어선 것이 제 3공장으로 이곳에 TSL 공정을 폐배터리 재처리 공정으로 전용 가동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제1, 2, 3공장이 나란히 서 있고 주변 산지의 식생들이 초토화된 것이 눈에 그대로 들어온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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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련소가 없는 경북 봉화군의 풍경은 이렇게 초록이 싱그러운 공간이다. 영풍제련소가 들어선 곳과 명확히 비교되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이 디스토피아 같은 회색 공장지대로 바뀐 곳이 봉화 석포면이다.
 영풍제련소가 없는 경북 봉화군의 풍경은 이렇게 초록이 싱그러운 공간이다. 영풍제련소가 들어선 곳과 명확히 비교되는 풍경이다. 이런 풍경이 디스토피아 같은 회색 공장지대로 바뀐 곳이 봉화 석포면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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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공대위' 임덕자 집행위원장은 "폐배터리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대기오염이 유발될 수 있다"라며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빼내기 위해 영풍석포제련소가 택한 '건식' 공정의 경우, 열을 가하는 방식으로 이미 하루에 500t의 석탄을 때는 3공장 TSL 공정(폐슬러지 재처리시설)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향후 더 많은 석탄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제3공장에서는 열에너지원으로 쓰고 있는 무연탄이 연소되면서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 등이 배출돼 주변 지역 산림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풍은 2024년까지 연간 2만톤 규모 배터리 재활용 1차 상용화공장을 완공하고, 지속 확장해 2030년 이후 리튬 및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소재 원료를 연간 70만톤 생산해 약 5조원 규모의 매출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한다"라며 "조업정지 취소 소송 등 여러 환경오염과 행정명령이 내려진 토양오염 정화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고 증설하는 것은 더 큰 위험과 불안을 초래하므로 강력히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제3공장을 더 큰 오염 부하를 일으키는 오염공장으로 전용해서 계속 추가 증설하겠다는 것으로, 소송 중에 새로운 오염공장 증설이 도대체 웬말이냐"라고 비판했다. 또 "공람기간이 끝나면 (공장증설) 허가가 나야 하는데, 아직 안 난 것으로 안다. 영풍측이 이에 대해 '공대위 이의제기 때문에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공대위측에 항의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풍의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 자신들의 오염 행위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는 소송까지 벌이며 무마시키려 하면서 뒤로는 오염 공장 증설이 도대체 무슨 말이냐 정말 화가 난다. 당장 폐배터리 공정을 중단하고 그동안의 낙동강 최상류 산하를 심각히 오염시켜 온 것에 대해 1300만 영남인에게 사죄부터 해야 한다. 낙동강유역민이 매의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되찾아야 할 낙동강 협곡의 아름다움. 영풍제련소 몰아내고 이런 낙동강 최상류 협곡의 풍경을 회복해야 한다.
 되찾아야 할 낙동강 협곡의 아름다움. 영풍제련소 몰아내고 이런 낙동강 최상류 협곡의 풍경을 회복해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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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낙동강 협곡, #영풍석포제련소, #대구환경운동연합 , #조업정지, #폐배터리 재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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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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