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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산 정상
ⓒ 조도춘

"여행을 떠나자" 듣기만 하여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로 갈 것인가가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떠날 수 있다는 게 좋다. 오늘은 직장에서 업무에 연장이지만 산을 찾아가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의견수렴을 하였다. 여수 주변에서 아름답고 사람들이 자주 찾아 가는 금오산, 영취산, 봉화산, 광양 백운산 등이 물망에 올랐다. 가고 싶은 산이 다들 비슷비슷하다.

그 중에 금오산(27%)이 가고 싶은 산으로 정하여 졌다. 산은 모든 이들에게 항상 찾아 가고 싶은 곳인 것 같다. 재작년에 한번 가보았던 산이다. 그렇게 높지도, 가파른 경사가 있는 산도 아니었던 것 같다.

여수 시내를 벗어나 돌산대교를 건너 17번 지방 국도를 타고 남해바다를 향해 40여분을 가다보면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 여수의 땅 끝 산이 금오산(422m)이다. 오늘 일정은 많이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버스로 성두마을 삼거리 산 중턱에서 하차하여 봉화산 끝자락을 돌아 금오산 정상까지 올라 점심식사를 하고, 향일암을 돌아 임포마을에 있는 향일암 주차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여수로 돌아오는 3시간여 코스다.

▲ 병꽃나무
ⓒ 조도춘

▲ 각시붓꽃
ⓒ 조도춘

버스에서 내리자 어젯밤에 내린 봄비로 산이 깨끗하다. 연둣빛 새싹이 점점 진해지고 만개했던 산 벚꽃 잎이 마구 흔들고 두드린 얄미운 봄비로 고운 꽃잎은 바닥에 깔려 하얀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4월과 5월의 꽃들이 산행하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따뜻한 기운을 이기지 못한 병꽃나무는 5월이 되려면 아직도 보름이나 남아있는데 연두 빛과 분홍빛의 병모양의 꽃을 활짝 피어내고 있었다.

▲ 현호색
ⓒ 조도춘

봄을 알리는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 히어리 꽃들은 노란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바탕 분홍빛 진달래 홍역을 앓던 산은 차분한 보랏빛으로 꽃을 피우는 제비꽃, 현호색, 각시붓꽃을 앞세워 또 다른 봄의 유혹으로 눈길을 끈다.

성두마을 삼거리 산 중턱에서부터 산자락을 따라 걷기 시작한지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푸른 바다가 보이는 산길. 스쳐가는 나무와 산에 핀 우리 꽃을 보면서 오른 산행은 맑은 공기덕분에 직장에서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다리는 약간 뻐근한 느낌이 온다.

봉화산 끝자락을 돌아 금오산 정상을 향해 본격적으로 오를 율림고개에 다다랐다. "15분정도 가파른 경사를 오르면 그다음부터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녁이 직접 산에 올라보면 좋은 줄 알아" 산행을 시작하려던 율림마을 아저씨는 뚝 한마디 던지면서 웃는다.

열심히 오른 지도 잠시인데 정상이다. 산의 이름처럼 정상 곳곳에 있는 바위들은 거북의 등껍질 모양으로 신비스런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옷은 땀으로 젖어 축축한 느낌이 느껴진다. 지리산이나 백운산 정상에서 아래를 보면서 느낀 가슴 탁 트인 느낌과 사뭇 다르다. 산자락 아래가 바다다.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다. 환희가 밀려온다.

▲ 금오산 정상
ⓒ 조도춘

정상에서 보는 에메랄드빛 잔잔한 파도를 보니 갑자기 저 바다에 누워 공상이라도 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나 하나의 모습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 바라다본다. …….저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될까" 노래가사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정상에서 돌멩이를 던지면 바다에 닿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갑자기 작은 돌멩이를 주워 '물수제비뜨기'를 하고픈 개구쟁이 장난기가 발동한다. 유년시절에 친구들과 시냇물에서 둥글고 얄팍한 조약돌을 골라 누가 더 많은 물수제비를 뜨는지 시합을 하곤 했었다. 잔잔하게 다가오는 물결을 향하여 힘껏 물수제비뜨기를 하면 아마도 수평선까지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야호~" 바다를 향해 목청껏 함성을 질러본다. 탁 트인 바다는 메아리가 없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모성의 바다는 갑갑하고 답답한 도시의 생활을 모두 흡수해 버린 것 같다. 푸른 바다 빛이 좋다.

멀리 수항도, 안도, 연도, 금오도가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소두라도, 대두라도 소횡간도, 대횡간도, 그리고 막걸리로 더 유명한 개도가 보인다. 에메랄드 빛 물결은 작은 섬을 감싸 안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니 작은 섬이 푸른 바다를 떠나지 않는가 보다. 잔잔한 물결의 리듬에 마음은 어느새 리듬을 타고 있다.

▲ 향일암 돌 거북이"사람들은 거북의 등에 동전을 올려 놓기도 하고 손을 얹어 놓고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 조도춘

▲ 향일암 해탈문"한사람 한사람 줄지어 차례로 들어 가야만 합니다. 모가 나거나 많은 짐을 지고는 들어 갈 수도 없습니다. 해탈도 그런가 봅니다."
ⓒ 조도춘

금오산 정상을 돌아 산 아래로 내려가자 향일암이 보인다. 금오산보다 새해맞이 일출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명소다. '금거북이 등에 올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천하 절경의 장소'란 뜻의 금오산 향일암이다.

봄바람은 남해의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더니 어느덧 향일암 대웅전 처마에 걸려 있는 풍경을 흔든다. "딸랑~ 딸랑~" 풍경은 봄바람에 화답이라도 하듯 영롱한 소리를 낸다. 푸른 남해바다와 은은한 풍경소리는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 서울에서 봄나들이 온 강선숙 아주머니와 친구들
ⓒ 조도춘

"7학년이에요."
"살아온 세월은 아쉽고, 남아있는 시간은 너무 빨리 가."

서울에서 봄나들이 온 강선숙 아주머니는 바쁘게만 살아온 세월 속에 정작 자신은 돌볼 시간이 없었단다. 7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자신을 돌보려고 하니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모를 시간은 너무 빨리 간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한 금오산 등산은 산과 바다를 볼 수가 있어 좋았다고 한다.

▲ 금오봉에 있는 바위"거북의 등껍질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 조도춘

▲ “거북이 목”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의 산세는 마치 거북이가 바다를 향해 헤엄쳐 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 조도춘

'해를 향한 암자'의 의미를 담고 있는 향일암(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40호)은 선덕여왕 13년(644년) 원효 대사가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지은 암자라고 한다.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대사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 '향일암'이라고 이름 지어 오늘날 까지 사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나만의 여행지' 응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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