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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면서 육안으로 관찰
▲ 유방암 자가진단 방법 거울을 보면서 육안으로 관찰
ⓒ 한국유방건강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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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0월 한 달간 열리는 '핑크리본 캠페인'을 아시나요? 세계 40여 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핑크리본 캠페인'은 여성들을 위협하는 가장 커다란 질병인 유방암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입니다.

길거리나 방송에서 유방암 조기진단 캠페인을 접할 때마다 가슴 아리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유방암으로 고생하다 1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저의 큰 고모입니다.

가난한 집안의 딸로 태어난 탓에 그리 많이 배우지도 못한 고모는 역시 가진 것 없는 남편을 만나 두 아들을 낳았고 50대가 되도록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던 어찌 보면 평범한 우리들의 어머니였습니다.

그런 고모가 손톱이 닳도록 모으고 아껴서 작은 아파트를 마련하던 날, 가족들이 모두 달려가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고 축하해주던 기억이 납니다.

고모의 자랑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훌륭하게 자라 명문대에 진학한 연년생의 두 아들이었습니다. 비록 고생한 흔적으로 얼굴 가득 기미가 앉고 몸은 말할 수 없이 쇠약해졌지만 두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웃음꽃으로 얼굴이 환히 밝아지곤 했거든요.

내 집 장만과 두 아들의 성공적인 대학진학 후 고모는 잠시 동안 평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잠시의 행복 끝에 불행의 어두운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건강하시던 고모부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헌신적으로 두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던 고모는 남편의 간호 역시 그렇게 혼신을 다했습니다. 그런 노력 덕에 고모부는 스스로 밥을 떠먹고 화장실 출입을 하게 되는 등 빠른 회복을 보였지요.

이제 고모를 괴롭히던 불행의 그림자도 사라졌는가 싶던 어느 날, 청천병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모가 유방암 말기라는 것입니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남편 병수발까지 그렇게 애를 쓰느라 몸과 얼굴이 상했나 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손쓸 수 없는 말기 유방암이었다는 겁니다.

촉진
▲ 유방암 자가진단 방법 촉진
ⓒ 한국유방건강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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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죽은 뒤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다며 서랍 속에 들어 있던 옷가지들을 모두 꺼내 정리하면서 큰 고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병원에 가지 않을 거야. 병원에 가봐야 돈만 들고… 내 병은 내가 알아."

큰 고모는 이미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큰 고모 앞에서 작은 고모는 아이처럼 통곡했습니다.

"언니야! 왜 이러니?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자. 수술하면 좋아질 거야. 이 바보야. 평생 고생만하고. 이렇게 갈 거야? 억울하지도 않아? 언니야, 제발…."

하지만 우리도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을요. 결국 큰 고모는 마약조차 듣지 않는 극심한 통증에 방바닥을 구르다 구르다 그렇게 가셨습니다. 유방암이 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그대로 감수한 채 말입니다.

큰 고모의 유해를 강물에 뿌리고 난 뒤 그동안 큰 고모와 가장 가깝게 지내며 속내를 나누던 둘째 고모가 긴 한숨을 뿜어내며 말했습니다.

"남편, 자식 있으면 뭘 해. 누구든 언니 젖가슴을 한번만 만져 봤더라도 저렇게 되진 않았어. 형부 저렇게 되기 전부터 잠자리를 따로 했다더라고. 애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 나라도 좀 일찍 언니 젖가슴을 만져보았을 것을…."

가까이 지내오던 자매지간이라도 자라고 난 후엔 함께 목욕을 가는 것도, 서로 몸을 만져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끔씩 할머니나 언니들 가슴을 만지는 장난을 하는 둘째 고모가 아니었다면 우리 역시 큰 고모의 병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언니 가슴이 유난히 빵빵하더라고. 그래서 '언니 가슴 수술했냐?'하면서 한번 만져보자고 했지. 그랬더니 막 화를 내는 거야. 그땐 이미 건드리지도 못하게 염증이 심해졌던 거야."

둘째 고모 말로는 큰 고모는 이미 유방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암이라고 느낀 순간 치료보다는 포기쪽을 택한 것이죠.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고통을 감내했던 것입니다.

누워서 촉진
▲ 유방암 자가진단 방법 누워서 촉진
ⓒ 한국유방건강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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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고모의 한탄처럼 고모의 유방암이 손 쓸 수 없이 진행되기 전에 고모부나 사촌동생들이 한번쯤 고모의 젖가슴을 만져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모의 가슴이 그토록 아플 때까지 누구도 그 가슴을 건드려보지 않았다니 그 무관심이 무섭기도 하고요.

유방암은 증세나 예방법은 뚜렷하지 않지만 조기 발견한 환자의 90% 정도가 10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이 1기 95%, 2기 70%, 3기 50%, 4기 20% 정도라고 하니 조기 진단과 치료는 정말 중요합니다.

해마다 벌이는 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하면서 손쉬운 자가진단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자가진단만으로도 무서운 질병인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으니 누구나 한번쯤 해 보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여성 혼자서 스스로 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남편이나 자식이 애정 어린 손길로 아내의 젖가슴을, 혹은 늙은 엄마의 젖가슴을 한번쯤 쓰다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평소 쓰다듬기에 자신이 없던 남편과 자식일지라도 아내와 엄마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가슴에 관심을 두고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당장 당신의 아내,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져보세요. 건강은 물론 사랑까지 새록새록 쌓여갈 것입니다. 


태그:#유방암, #조기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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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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