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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진달래
ⓒ 안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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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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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토요일) 산에 다녀왔습니다.
진달래꽃이 보고 싶었지요.

산에 가는 길에
대학생이 된 제자아이를 만났습니다.
몸이 참 예쁜 아이이지요. 
얼굴도 아니고 몸이 예쁘다는 말이
불경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 제자아이의 꿈이 댄서입니다.
지금 대학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하고 있지요.

저는 그 아이의 예쁜 몸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 본 적이 있습니다.
학교 축제 때였지요.
무대에서 벨리댄스를 하고 있는
그 아이의 몸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
바짝 다가갔던 것인데
나중에 공연이 끝나고
아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몸이 참 예쁘다고 말해주었지요.
그때 아이의 환한 표정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생강나무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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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생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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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가 꿈인 그 아이는 몸이 예뻐야 하고
몸이 곧 생명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 아이에게 몸이 예쁘다고 말해준 것은 
최대의 칭찬이었던 셈이지요.
아이도 그렇게 이해를 한 듯싶었고요.
어제도 아이와 헤어지면서
이미 성년이 된 제자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네 몸이 사월보다도 더 눈부시구나!"

산에 가서
내내 그 아이를 생각했습니다.
진달래꽃의 그 황홀한 붉은 빛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혹은, 노란 생강나무며
보랏빛 제비꽃이며
하얀 냉이꽃이며
사월의 산에 피어 있는
온갖 꽃들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그 아이를 생각하고
그리고 '생명'이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냉이꽃
 냉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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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과 민들레
 제비꽃과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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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에서
'댄서가 꿈인 그 아이는 몸이 예뻐야 하고
몸이 곧 생명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그 말을 이렇게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댄서가 꿈인 그 아이는 몸이 예뻐야 하고
몸이 곧 상품입니다.' 라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 댄서가 된다면
그리고 그 직업으로 돈을 벌게 된다면 
몸이 곧 상품이 되는 셈이니까요.
그것은 비단 댄서만이 아니라
상상력으로 밥을 먹고 사는
시인이나 작가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수 있습니다.

직업은 중요합니다.
그것으로 밥을 먹고 살 수 있고
인간관계를 포함한
모든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일도
직업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할 것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아도
직업인으로서의 성실함만 갖추고 있으면
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자목련
 자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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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교육을 고급 상품을 만드는 일로
노골적으로 정의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댄서가 되고 싶은 제자아이도
그 직업으로 돈을 벌겠지만
직업을 갖고 돈을 버는 일이
춤을 배우는 궁극의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궁극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크고 작은 꽃들이 피어 있는
눈부신
사월의 산을 내려오면서
저는 '생명'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사랑'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동백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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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아이가 춤을 배우는 궁극의 목적은
춤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춤을 추면서 살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충만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산에 가다가 만난
제자아이의 예쁜 몸을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바라본 이유입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천하보다도 귀한
존귀한 생명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교육공동체벗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꽃과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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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교사이자 시인으로 제자들의 생일때마다 써준 시들을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활동 시작. 이후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를 펴냈고 교육에세이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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