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예술 축구 황제 우희용'의 마지막 연재입니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보여 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때 대학 선수 생활을 했던 김성준 씨(36세 남). 요즘 그는 공을 차는 재미에 새롭게 눈을 떴다. 현재 대전에서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김 씨는 축구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아마추어팀 포커스에서 선수로도 뛰고 있다.

- 우희용 코치의 지도 방법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우선 축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세요.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좀 강압적인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곤 했는데 그런게 없어요. 창의적인 플레이, 그리고 세밀하고 정확한 기술을 강조하시죠. 보통 슈팅할 때 강도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는데, 선생님은 그렇지 않아요. 슈팅은 패스의 일종이다, 골키퍼가 잡지 못하는 곳에 패스한다고 생각해라.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포커스는 작년 하와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현지에서 대학 여자 축구부 코치로 일하고 있는 우희용 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포커스에서 우 코치의 직함은 기술 고문. 지난해 12월 귀국한 후, 우 코치는 '선생님'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자(?)의 평가를 전하자, `우희용`의 얼굴이 밝아진다.

"아무래도 여자 선수들보다 편합니다. 남자는 그래도 대충 넘어 가는 부분이 있잖아요. 여자는 작은 것 하나라도 분명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항하게 되고 지도에 어려움이 생겨요. 여자는 감정이 섬세하고 예민합니다. 남자보다 논리적인 경우도 많구요. 더욱 합리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여자 선수들에게는 더욱 합리적인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 코치는 주장한다. 지도자 체계가 확실하게 잡혀야 하고, 좋은 지도자 양산을 위한 투자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와 함께 '좋은 지도자'를 바라보는 비합리적인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지도자로서 얼마나 능력을 갖고 있느냐'보다 '얼마나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보냈느냐'가 중요하지 않은가.

히딩크 감독(56·네덜란드)의 현역시절은 일반적으로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05년 네덜란드축구협회 설립 이래 거의 100년 가깝도록 654명이 1게임이라도 거쳐간 대표팀 경력에 히딩크 감독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정상급 선수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11일 오후 11시5분 MBC-TV가 마련한 D-50월드컵특집 다큐멘터리 1부 '히딩크와 한국축구'를 보면 히딩크 감독은 현역시절 네덜란드 작은 마을 두틴헴(Doetinhem)에서 만큼은 대단한 영웅이었던 것 같다...(모 스포츠신문 4월 12일자 '히딩크 감독 현역 시절엔 보잘 것 없는 선수'제하 기사 中)

"국가대표 = 국가대표 감독 또는 엘리트 지도자, 굉장히 잘못됐죠. 축구 선진국에서 지도자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려면, 오랫동안 노력을 해서 전문성을 가져야만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 했다고 지도자로 설 수 없어요. 지도자는 다양한 방면으로 알아야만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할 수 밖에 없어요. 타고난 선수는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타고난 지도자는 없습니다."

국내에서 고등학교 축구부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우 코치의 현역 시절도 확실히 보잘 것 없다. 하지만 그는 미국 여자 축구의 일선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12년동안 선진 축구를 접하면서 쌓은 '축구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리 손해 보는 일은 아닐 듯 한데. 엘리트 축구인을 중심으로 짜여진 축구계 질서는 여전히 '우희용'을 생존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자로 밀어내려고만 한다.

"대표 선수도 못한 사람이 유학 갖다 오면 뭐하냐. 뭐 그런 풍토죠. 하지만 굳이 섭섭하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신념을 갖고 있으면, 그대로 지도자의 능력을 발휘하면 그만이지, 어떤 사람이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섭섭함을 느낄 필요가 없잖아요. 그리고 저를 알아 주는 친구들도 있구요. 포커스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즐겁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때 기쁨을 느낀다. 적어도 우 코치의 한국 제자들은 '우희용'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김성준 씨는 말한다.

"예전에 이탈리아로 지도자 유학을 갔었어요. 유소년들에게 저글링(볼리프팅)을 상당히 강조하더라구요. 한국에서 구경하지도 못한 기술을 많이 보고 굉장히 놀랬죠. 그때 유럽에서 선생님이(우희용 코치) 축구 예술가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는데. 이렇게 직접 뵈니까, 참 배울 점이 많네요. 오히려 요새는 공을 차면서 피로가 풀립니다. 축구하는 시간이 참 재미있어요."


에필로그 - 우희용 님께


'우희용'님, 벌써 만난지 한달도 훨씬 지나갔네요. 그런데도 아직 님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축구공 묘기의 달인', '사커 아티스트', '축구 묘기의 신화' 그리고 축구 지도자... 그래서 전화를 드렸죠. '사람들이 어떻게 떠올려주길 바랍니까'...

"이미 두 분야의 완전한 전문인으로서 나름대로 시간과 노력을 통해서 스스로 가꿔왔다고 자부심이 있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통일해서 불러주길 원하는 것보다는 그 두 분야를 같이 인정해줄 수 있다고 한다면 저의 가치성을 충분히 더욱 발휘할 수 있겠죠. 그것이 저의 가치성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더 나름대로 기쁨일 수 있겠죠."

잘 이해가 안갔어요. 그래서 질문을 바꿔 드렸죠. 언제까지 두가지 일을 같이 할 것인가. 그랬더니 그러셨어요.

"축구 발전 차원에서라도 제가 하고 있는 볼 리프팅. 설명을 하자면 축구의 기술을 갖는 리프팅, 모든 신체 부위를 축구 능력을 갖는 자체가 바로 볼을 맘대로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라 믿기 때문에, 그런 축구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바로 모든 신체 부위를 통해서 모든 신체부위로 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다. 그러한 중요성도 같이 부합되 있기 때문에..."

'우희용'님, 사실 이번에 인터뷰 정리하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한참을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고. 아마 오랫동안의 외국 생활 탓이겠죠. 말씀을 조리 있게 하시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하여튼 계속 적을께요.

"전 두가지에요. 두가지. 축구 발전 차원에서는 내가 두가지를 같이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리고 축구 지도자와 내가 엔터테이너로서 축구볼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능력을 같이 갖추고 그것을 충분히 축구와 접목하고 이해시켰을 때 그것을 결국 한 통로로, 축구 발전, 그것으로 통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죠."

공연을 축구와 접목시키려면 지도자도 계속해야만 한다는. 그런 말씀이시죠? 그래서 죄송했어요. 사실 저희에게 보여 주신 공연을 담은 동영상을 기사에서 빼려 했거든요. 왠지 '예술 축구 황제'답지 않은 실수들...그런데 말씀을 들으면서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는 아니라는, 적어도 그날의 공연은 말이죠.

3월 28일, 바람이 몹시 불고 쌀쌀했던 날씨. 더구나 님은 오랫동안 따뜻한 나라에서만 생활했던 탓에 계속 코를 훌쩍이셨죠. 그래선지 왠지 라스베가스 영상과는 사뭇 달랐어요. 유난히 공은 딱딱해 보였고, 님의 몸도 굳어 보였죠. 몇 번의 실수, 한번쯤 멋쩍은 웃음을 머금을만한데, 님은 그러시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있는 그대로...독자 여러분과 나누는게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우희용'님, 끝으로 한가지. 사실 저는 그날 박수를 제대로 쳐 드리지 못했어요. 공연을 보면서 어떤 경건함, 엄숙함 같은 걸 느꼈거든요. 어쩌면 움직임 하나 하나에는 그동안의 아픔이나 어려움도 함께 배어 있을지 모른다. 어떻게든 공을 땅에 떨어 뜨리려 하지 않는 모습이 바로 '오늘'의 님을 만들지 않았을까.

[동영상 보기] 3월 28일 수원 구장 시연 - 이혜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포츠피플21(www.sportspeople21.com)에도 실려 있습니다.

2002-05-11 12:1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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