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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8일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하여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 후 1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에 나서기보다 지표 관리와 지지율 유지에 몰두해 왔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에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지나며 그동안 추진된 사회경제개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다시 한번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연재 글을 준비했습니다. - 지식인선언네트워크[기자말]

반환점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임기 절반을 도는 때가 되면 으레 정책기조가 변질되어 집권 초 국민대중의 높은 기대와 지지가 실망과 좌절감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정권은 성과가 없다는 초조감과 조급증에 사로잡히고 더 나쁜 경우 빠르게 레임덕에 빠지기도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실적평가를 둘러싼 여권의 자화자찬과 야권의 일방적 매도로 나타나는,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다. 하지만 이런 식의 증후군은 많은 경우 반환점 훨씬 이전에 일어난다.

촛불항쟁의 힘으로 수립되었고 '촛불정부'의 문패를 단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제발 나쁜 증후군의 예외이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정부의 개혁정책이 파탄났다고 난리 치는 자들이 무슨 전향적 대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알고보면 그들이 내세우는 것인즉 파탄 난 낡은 패러다임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그 실상은 낯두꺼운 자화자찬과 '무데뽀'식 비난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균형을 잘 잡아 바로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인데, 이는 단지 과거 평가만이 아니라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 지점은 어디쯤 있을까?
 
소득주도성장도 못마땅한 그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함진규 정책위의장, 안상수 정책자문단장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를 요구해왔다(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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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노믹스의 의미와 뒷걸음질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고, 제이(J)노믹스 즉 네 바퀴로 가는 새로운 '사람중심경제' 경제정책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가계소득 증대 및 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 강화와 이를 통해 소비 활성화를 겨냥하는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창출⋅노동존중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구하는 일자리중심경제,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소유지배 구조를 개선하며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공정경제, 그리고 중소기업을 성장동력화하고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혁신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이 네 바퀴의 선순환을 도모하려는 것이 바로 제이노믹스다.

문재인 정부가 대면한 것은 1997년의 외환위기와 뒤이어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돌이키기 어렵게 고착화된 2%대의 저성장과 양극화의 악순환 체제, 불평등⋅불공정⋅불안의 3불체제, 재벌이윤주도⋅수출주도⋅불로소득 및 가계부채 의존과 낙수효과를 겨냥하는 국민분열 패러다임이었다. 이 국민분열적 악순환 패러다임을 소득주도⋅노사상생 및 대중소기업 상생⋅수출-내수 균형과 분수 효과를 추구하는 국민통합적 선순환 제이노믹스로 반전시키고자 한 것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장기 시야에서 볼 때 제이노믹스의 역사적 의미라면, 집권 정부가 적어도 그 포부에서 한국현대사상 최초로 친노동을 내걸면서 노동과 복지에 친화적이면서 노사상생, 대중소기업 상생을 함께 도모하는 '다원적 계급타협' (plural positive compromise) 프로그램을 제시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겠다.

이는 한국현대사에서 결코 있어본 적이 없는 '민주적 경성국가'(democratic hard state)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즉, 국민대중의 힘에 기반하면서 대재벌의 전횡과 부동산 부자의 탐욕을 규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부, 나아가 제계급⋅계층이 위험을 공유하며 함께 배를 타고 가는 장기 시야를 갖게 함으로써 다원적이고 수평적인 혁신친화적 협력과 상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같은 담대한 전환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은 진작에 예상했던 바다. 강력한 관철의지와 정치⋅정책능력은 물론, 지혜롭게 적절한 실험주의적 경로를 모색해야 했다. 대체적으로 볼 때, 집권 1년의 기간이 나름 변화와 개혁의 문제의식을 갖고 굴러갔던 개혁정부 시기였다고 한다면, 그 이후는 촛불정부로서 주도하지 못하고 관리정부 성격이 뚜렷해진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집권 1년 전환의 길목에서 지식인넷은 여러 대목에서 제이노믹스가 과거에 발목 잡혀 갈지자로 비틀거리고 있으며 그 길에 빨강 신호등이 켜졌음을 지적한 바 있다(2018. 7. 18). 이후 반환점을 돌 때까지 종부세를 강화하는 9.13 부동산대책이 나오는 등 변화도 있었지만 빨강 신호등은 더욱 빨개졌다.

정책 기조는 소득주도축과 공정경제축을 밀어내면서 친재벌과 반노동의 기조, 규제완화와 노동유연화를 내세운 재벌주도 혁신성장쪽으로 급속히 변질되었고 촛불의 깃발은 한층 희미해졌다. 한일갈등 국면에서도 이 기조는 지속되었다.

그리고 조국 사태와 사후수습책이라고 내놓은 대입 '공정'개혁안은 사회경제개혁 패러다임으로서 제이노믹스의 성격 변질, 그리하여 우리가 '20/80'으로 갈라진 성안⋅성밖의 균열사회에 살고 있음을 드러내어 주었다.

제이노믹스는 핵심대목에서 성격 및 방향 자체가 과거로 회귀한 듯하다. 이제 구체적으로 제이노믹스의 운용 및 결과와 관련해 몇가지 중요 대목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이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어디로 갔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기본적으로 거시적으로 수요측면에서 가계소득 증가 및 가계비 경감과 이에 따른 소비증가, 그리하여 투자 증가를 겨냥하는 것이다. 투자는 이윤 관련 변수라기보다 소비 관련 변수로 상정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임금주도성장 대신 소득주도성장이라 이름 붙인 것은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한국 자영업자 비율은 25.4%로, 미국의 4배, 독일과 일본의 2.5배).

가계소득증가 및 일자리 창출을 추구한 정부의 능동적 역할을 폄하해 '세금주도성장'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으나, 그 긍정적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특히 1분위 소득이 크게 늘어나고 5분위배율 소득격차가 감소한 것은 의미가 크다(2019년 3분기 가계동향). 더욱이 가계소득증가에 따라 민간소비증가율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의 말대로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까? 1분위의 노동소득이 7분기 연속해서 감소하고 이전소득이 연속 증가했다. 근로장려금과 기초연금인상 등 덕분이다. 최저임금인상으로 하위계층소득이 올라간 모양새가 아니다. 또 자영업자의 소득이 감소하고 하향 추락하는 현상,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급감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의 특성상 소득주도성장(임금주도가 아니라)이라 했던 것인데 이를 무색게 하는 결과다.

비정규직비율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심상찮은 조짐이다(2017년 42.4%, 2018년 40.9%, 2019년 41.6%. 노동사회연구소 추계). 더구나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한 중대재해사업장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권고안이 휴짓조각처럼 된 상황에서, 하청노동자의 죽음이 줄을 잇고 있다.

노인빈곤율이 OECD 최고인 나라에서 복지성 노인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 현상이지만, 청년 및 3040의 일자리 문제는 뚜렷한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20%가 넘는다. 청년 취업문이 숨막히게 좁은 상황에서 그들이 '공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결혼과 출산을 부담스러운 일로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가계소득과 민간소비가 증대했다고는 하나 투자부진(및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목표로 삼은 소득→소비→투자 증대의 선순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돌이켜 보자면, 이 결과는 87년 민주화이행 초기 노태우 모델보다 뒤진 것이며, 오늘의 상황에서 비용경쟁력에 기반한 투자주도성장 체제 극복의 길이 험난함을 일러 주고 있다.

이상과 같은 결과를 들여다 볼수록 문재인 정부가 주도적으로 영세 자영업자 및 중소상공인의 고통을 해소해줄 경제민주화 정책을 펴지 않은 채 옹색하게 최저임금 공방에 끌려 다닌 것, 뿌리깊은 보수적 재정건전성 타성에 빠져 재정여력이 있는데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과오가 아닐 수 없다. 케인스적 패러다임에 기반한다면서도 이 정부 경제사령탑의 거시경제정책 운용력이 약체임을 보여주는 뼈아픈 대목이다.

부동산 부양과 부채, 투기 체질은 얼마나 바뀌었나

국민들이 너도 나도 빚내서 집 사는 식의 재태크에 골몰하고, 주택소유를 놓고 계층이 갈라지며 주거복지가 빈약한 상황이라면 소득주도성장도, 공정경제도, 네 바퀴로 가는 제이노믹스도 별로 답이 없다. 기업은 힘들게 위험이 따르는 생산적, 혁신적 투자를 할 이유가 없고, 서민대중들은 가계부채와 상환부담에 물려 있는데 마음 편하게 소비를 늘릴 수도 없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처음부터 제이노믹스의 약한 고리였다. 국정과제에 부동산⋅가계부채⋅주거복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며,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2017.7.25)에서도 '리스크 관리'라는 차원에서 사람중심 경제정책의 '기반강화' 정책으로 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이 '리스크 관리'가 정작 제이노믹스의 성패와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매우 미약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편 공격적인 부동산 부양책과 가계부채 증강책은 억제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의 부분적 강화, 대출규제 강화(LTV 40%, 신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도입) 및 가계부채 총량관리(가처분소득의 150%이내) 정책을 폈다. 주택보유자의 종부세 부담이 2조 원대 후반~3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라든가(작년 2조 천 억 원), 전국 평균 집값이 안정세를 보인 것, 가계부채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그 효과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평균값에 현혹돼선 안될 일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전국 주택가격은 '안정화 되었다'지만, 이는 단지 평균값일 뿐이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의 폭등을 감추고 있다. 오히려 시선을 집중해야 할 것은 유주택가구 10분위 자산격차가 38배(2018년)로 높아졌다는 사실이다(2016년 34배). 게다가 44%가 여전히 무주택 가구다. 부동산 유산자들은 서열에 따라 투기적 자산 이득이 차별화 되고 무주택 가구는 이득에서 완전히 배제될 뿐더러 전셋값, 월세 상승으로 고통받았다.

다른 한편 가구주의 연령별 자산보유액 추이가 중요한데, 30세 미만은 0.2% 증가했음에 반해, 30대 이상은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30대 7.8%, 40대 11.1%, 50대 5.1%, 60대 이상 5.7%). 즉, 서울 등지에서 일어난 부동산 폭등의 수혜에서 20대는 거의 배제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부동산을 중심으로 본 자산격차의 심화현상에는 계급적 불평등에 세대 불평등이 교차되어 있다(물론 20대 내부 차이도 있다).

결론적으로 제이노믹스는 공격적 부양책은 자제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주택문제에서 불평등 심화, 자산격차 심화 정책을 펼쳤음을 부정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것이 틀림없이 제이노믹스의 전반적 효과를 짓누르는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자산가격의 안정이 소득·수요주도 성장의 성공적 작동을 위해 핵심적 조건임을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방치했다 하겠다.
 
촛불혁명 완수 기원 지식인들, 문재인 대통령에 '엄중 경고'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역 부근 경의선공유지내 기린캐슬에서 촛불혁명 완수를 기원하는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을 믿고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본래 정신 회복, 재벌체제 적폐 청산, 상생과 동반성장 경제 생태계 조성, 노동시장 취약 집단 노동권 보호, 부동산공화국 해체, 농정 개혁과 지역재생방안 마련, 타성에 젖은 경제 관료 중용 중단 및 내각과 청와대의 개혁적인 인물 등용 등을 촉구했다. ’촛불혁명의 완수를 기원하는 지식인 일동’에는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 323명이 참여했다.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역 부근 경의선공유지내 기린캐슬에서 촛불혁명 완수를 기원하는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을 믿고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본래 정신 회복, 재벌체제 적폐 청산, 상생과 동반성장 경제 생태계 조성, 노동시장 취약 집단 노동권 보호, 부동산공화국 해체, 농정 개혁과 지역재생방안 마련, 타성에 젖은 경제 관료 중용 중단 및 내각과 청와대의 개혁적인 인물 등용 등을 촉구했다. ’촛불혁명의 완수를 기원하는 지식인 일동’에는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 323명이 참여했다. 2018.7.18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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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어떻게 되었나

소득주도성장 및 일자리 경제는 혁신성장 및 공정경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선순환을 낳는다. 이 선순환 길의 필수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수요측 개혁이 공급측 개혁과 잘 맞물려야 한다. 국내 소비 수요가 약한 고질병을 치유할 뿐더러 투자 주도라는 공급 측면의 체질을 개혁해야 한다. 그렇게 수요공급의 되먹임이 눈덩이처럼 굴러가야 성장 체제가 온전하게 작동한다.

둘째, 재벌의 준수직계열화에 기반한 경제력집중 구조, 재벌 내부경제와 여기에 종속되거나 배제된 외부경제로 분단된 이중 구조, 수평적 사회적 분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집중되고 낙후된 산업생태계를 깨트려야 한다.

그러니까 경제주체들에 평등한 혁신참여의 기회 및 역량형성의 문을 열어주는 시장경제의 분권적 민주화라는 '제도혁신'을 거쳐야, 혁신주체가 다양화 되고 아래로부터 분수효과가 솟아나는 '포용적 혁신성장' 경로가 창출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극복도 산업생태계의 제도적 혁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혁신성장축에서 4차산업혁명 대응과 함께 '중소기업의 성장동력화'가 제1순위로 들어 있고, 공정경제축에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들어있는 것은 소득주도성장과 산업생태계 혁신의 공진을 겨냥하는 것으로 프로그램 자체로는 의미가 크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입각 이전부터 갖고 있었던 지론이 반영된 듯하다.

하지만 실제 경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정책운영 경과와 결과로 볼 때 산업⋅기업생태계의 개혁 및 제도적 혁신과 이를 통한 동반성장 및 포용적 혁신 성장, 나아가 그것으로 가능해질 네 바퀴축의 선순환 프로그램을 청와대 개혁팀과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머리를 맞대어 깊이 있게 논의하고 공유한 것 같지가 않다.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 기재부, 금융위, 복지부 간의 전향적 협력 행정은 없었다.

집권 초에 선보였던 공정시장 개혁과 산업생태계 혁신에 기반한 포용적 혁신의 프로그램은 소득주도성장축의 최저임금처럼 한 가지라도 의미있는 실질적 정책을 펴지도 못한 채 약화되더니 핵심규제의 '혁신'(?)과 전방위적 경제 활력 제고(기업투자 활성화)를 내세운 2019년 경제정책방향(2018. 12)에 이르면 거의 무너지고 만다. 이런 허무한 경과에는 공정경제축의 개혁부진이 크게 기여했다.

김상조 위원장 시기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질근절'을 위해 일부 노력한 것은 사실이나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데는 얼마나 실효성있는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이다. 특기해야 할 것은 공정위가 공정개혁 핵심에 해당하는 재벌개혁 및 경제력 집중 해소과제는 가능한 재벌 자율에 맡겨 재벌의 비위를 거스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것이다.

삼성 규율의 급소라 할 수 있는 보험업 감독 규정의 개정노력은 없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철저히 적용해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하는 일은 복지부 소관이긴 해도 공정위도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지만 전향적 협조 행정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정책실장이 된 김상조는 순환투자금지, 금산분리강화, 지주회사 행위제한 등의 규제를 중심개혁으로 보는 것은 '낡은 인식'이라고 간주하는 데에 이른다.

4차 산업혁명 담론이 화려하게 유포되면서 플랫폼 경제를 구현한다, 8대 선도사업(이후 12대로 변화)을 육성한다고 떠들썩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실체적 가닥을 잡았는지, 새로운 기술혁신 파동과 마주해 어떤 제도적 혁신의 대응 방안을 마련했는지, 또 박근혜식 창조 경제와는 어떻게 다른지 잘 알 수 없다.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장의 노동권에 대한 무지나 '타다'와 같은 이른바 공유경제 논란이 보여준 것은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파괴적 신기술과 무책임 자본의 공세 아래 무자비한 노동의 시장화가 강요될 위험이다.

오히려 한일갈등 국면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마주해 조립중심형(이른바 가마우지경제)-수출·내수 불균형의 산업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대책'(2019. 8. 5)을 마련한 것이 전화위복책이 되었던 듯하다. 하지만 이 대책에서도 재벌대기업 지배 하 폐쇄적, 약탈적 산업생태계를 개방적이고 공정한 상생협력 생태계로 '혁신'하는 대책은 희미했다. 진작 제이노믹스의 색깔이 심각하게 변질된 시점이었다.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의 한 장면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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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절반이나 남았다고?

결론적으로, 제이노믹스의 시작은 쉽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한 것이었으나 반환점에서 결말인즉 쉬운 길로 주저 앉았다. 그 시작은 미래를 향했으나 그 중간 결말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지체되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가지만 생각해 보자. 선진자본주의에서 포드주의 체제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 조건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소득주도성장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제이노믹스에는 세계화 시대에 변형된 한국형 포디즘을 띄워보려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선진 포드주의 체제의 조건에는 노동의 대항력에 기인하는 자본 규율과 노사 간 긍정적 계급 타협(임금과 생산성연동), 금융 및 자산시장의 통제와 주거 및 교육복지 제공, 그리고 개방의 관리 등이 있었다.

하지만 제이노믹스에는 이런 조건들이 거의 부재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성장체제는 여전히 비용경쟁력에 크게 의존하는 투자주도체제의 성격이 강하며, 재벌대기업⋅중소기업⋅자영업 간 갑을을의 삼중 체제로 짜여져 있다. 소득주도성장으로만 새 길이 열린다는 생각은 좀 안이해 보인다.

변화된 오늘의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포드주의 복지국가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가져야 한다. 오늘의 한국은 어떻게 실질적으로 자산시장을 통제하고, 보통사람들의 좋은 일자리, 주거 및 교육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경제구조 및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깨트릴수 있는 재벌 규율과 분권적 경제민주화 정책, 나아가 대외 개방의 관리 정책을 펼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임기절반을 보낸 것이 아니라 아직도 절반이 남아 있다고 낙관적인 톤으로 말했다. 우리는 과연 이 말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병천 기자는 강원대 명예교수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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