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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고려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고향을 떠나 타지를 떠돌게 됐다. 거기에는 우리의 동포 '고려인'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일제 식민지 시절, 사할린 등 한반도 인접 지역에 이주했다가 소련에 의해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이 구소련권 국가에 다수 존재한다. 고려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도 다수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의 활약상을 전하는 뉴스 중, 간간히 고려인의 뉴스도 눈에 띈다. 
러시아군의 포격에 맞서다, 아이에게 방탄조끼를 입혀주고, 자신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 고려인 후손 파샤 리(33). 우크라이나 남부의 요충지 미콜라이우를 지켜낸 주지사 비탈리 김(44). 이들의 활약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고려인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생기고 있다.

키이우의 고려인 식당 - KIM FOOD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고려인이 운영하는 한국요리 레스토랑이다.
▲ KIM FOOD 실내장식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고려인이 운영하는 한국요리 레스토랑이다.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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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의 고려인 뉴스를 접하면서, 과거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방문한 적이 있는, 고려인이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KIM FOOD(킴 푸드)가 떠올라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한식 레스토랑이긴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한식과는 맛이 조금 다르다. 킴 푸드에서는 고려인들에 의해 유지되어 온 한식의 맛을 느껴볼 수 있다.

국수는 겉보기에는 잔치국수와 비슷한데, 토핑에 올라간 토마토, 딜(회향풀)같은 재료에서 현지화 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잔치국수에는 보통 멸치육수를 쓰는 것과는 달리 간장 베이스의 국물이다. 내륙지역에서 쉽게 손에 넣지 못했을 멸치 대신 간장으로 그 맛을 유지해온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 익숙한 잔치국수와는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의 맛의 균형이 잡혀있다.

오이김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이김치 맛에, 오일 맛이 살짝 감도는데, 샐러드화 된 오이김치라 할 수 있겠다.
 
좌측상단부터 국수, 오이김치, 불고기정식, 당근김치 순이다.
▲ KIM FOOD의 한식메뉴 좌측상단부터 국수, 오이김치, 불고기정식, 당근김치 순이다.
ⓒ 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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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 정식에는 밥과 상추, 당근김치 등도 함께 나오니 현지에서 밥생각 날 때 안성맞춤이었다. 소스는 간장에 참기름을 약간 섞은 소스가 제공되는데, 진간장 맛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의 한국인들 입맛에는 조금 독특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진간장, 국간장으로 분류하지만, 불과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진간장은 왜간장(일본식간장), 국간장은 조선간장으로 일컬었던 사실을 기억하는가. 킴 푸드에서 제공되는 간장소스는 조선간장, 즉 국간장에 참기름을 섞어놓은 맛이었다. 요즘 한국에서도 느껴보기 힘든, 한국 시골의 맛을 머나먼 우크라이나 키이우 땅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제공되는 당근김치는 현지에서도 '마르코프까 파 까레이스키(한국식 당근)'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대표적인 고려인 음식이다. 한식재료를 구하기도 어려웠을 그 시절, 김치를 그리워 한 고려인들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김치와는 다르지만, 주변에서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간신히 유지해왔을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동포, 고려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통해, 고려인에 대한 뉴스도 증가했다. 하지만, 뉴스에 등장하는 이들 이외에도 피난민이 된 고려인은 훨씬 많다. 그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최근에는 법무부에서 동포들에 대한 비자 발급 간소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과거 일제 식민지를 겪던 시절, 독립운동, 경제적인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만주, 연해주로 이주했던 선조의 후손들이, 지금 또 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이 지금의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국인 한국사회의 관심이 더욱 절실한 때다.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고, 키이우 킴 푸드의 한식을 다시 맛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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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다문화사회전문가. 다문화사회와 문화교류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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