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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겉그림.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겉그림.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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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은 그에게 의미 깊은 해가 되었다.

연초(1월 5일)부터 <한겨레>의 기획물인 '길을 찾아서'에 '한승헌의 사랑방 증언'이란 제목으로 자전적인 글을 연재하였다. 5월 1일까지 83회에 걸쳐 연재한 자서전이다. 

연재를 마치고 이 해 11월 하순 한겨레출판에서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이란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연재물에 얼마쯤의 보완ㆍ가필을 하여 단행본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신문 연재에 따르는 시간ㆍ지면의 제약 등으로 불가피했던 미비점을 고치는 작업을 했고……." (주석 6)

그는 이어서 "자서전은 그것을 쓰는 사람 자신이 주인공이자 화자(話者)가 되는 글이다. 그런데 내 삶의 이야기로만 귀한 지면을 채울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내가 접했던 빛과 어둠의 인물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불의와 고난의 시대에 의를 위해서 저항하고, 무도하게 탄압받고, 그러면서도 '바른 세상을 향한 열정을 접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주석 7)

그가 출생한 1934년부터 단행본으로 엮은 2009년까지, 종으로는 파란중첩의 개인사이면서 한국현대사의 한 축이고, 횡으로는 법조사와 인권운동사의 내막을 담는 기록물이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압축한 자서전을 '수비수의 비망록'이라 평했다. 무릇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결국 진실의 순도를 얼마나 담아냈는지로 가늠한다면, 성공작에 가깝다는 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이 세상에서 '주전멤버'는 아니었다. '어시스트'를 주로 한 셈이었다. 축구로 말하면 득점과 그에 따른 함성은 내 몫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실점의 위기를 막아내야 할 수비수이기도 했다. 그런 소임은 화려한 주역은 아닐지라도, 누군가가 맡고 나서야 할 소중한 배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서전은 얼마쯤의 역할 자각이 깔린 '세상 도우미의 노래'이자 '수비수의 비망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노래와 비망록에는 자부심과 보람도 담겼지만, 아쉬움과 부끄러움도 묻어 있다. 하지만, 사실에 바탕을 둔 진실을 기록해야 한다는 계명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주석 8)

자서전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 내 삶의 부감도와 학창시절
 2. 시국사건 변호사의 험난한 세월
 3. 1970년대 이 땅의 광기 속에서
 4. 끝 없는 고난의 행렬을 따라
 5. 변호사 - 구속자 - 실업자 - 구속자 - 실업자
 6. 1980년대의 감옥살이. 강단. 법정
 7. 민주ㆍ통일을 향한 '사건' 속에서
 8. 감사원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까지
 9. 나 자신으로 돌아와서
 - 에필로그 그래도 못다 한 말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쓴다.

그 잔혹한 시대에, 그 많은 사람들이 참 용케도 하나가 되어 한 방향으로 대장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대견스럽고 감격스럽다. 피차 소아(小我)를, 달리 하면서도 대아(大我) 앞에서는 하나가 되었기에 그 살벌한 독재와 불의를 물리치고 민주세상을 이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찌 되었으며, 어찌 되어가고 있는가. 비유컨대. 전시의 싸움에서는 이기고. 전시의 '관리'에서는 실패한 결과가 되었다. (주석 9)

책의 뒷 표지에 실린 3인의 서평은 책의 품격을 보여준다.

한승헌 변호사의 말솜씨는 당해낼 사람이 드물다. 그런데 변호사로서는 아마도 형사소송 패소율이 가장 높은 변호사의 하나였을 것이다. 게다가 한 때는 스스로 피고인이 되어 동료 변호사들의 패소율을 높여주기도 했다. 어쩌다가 이런 인생을 살게 됐는지, 법정이나 감옥 바깥에서의 활약은 또 어땠는지, 이 책은 시종 뛰어난 솜씨로 풀어나간다. - 백낙청(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은 불의와 고난의 시대에 무도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바른 세상을 향한 열정을 접지 않았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전달한다. 역사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는 주인공 대신 기꺼이 조연의 역할을 다해온 한 변호사의 삶은 '소박한 양심을 간수한 법률가'의 전범(典範)이다. 나를 비롯해 이 시대 '먹물'들과 법조인들의 소명을 일깨우는 귀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 박원순(변호사)

이 책은 무지막지한 폭력의 역사를 기록한 것임에도, 마치 한편의 우화(寓話)를 읽고 난 뒤처럼 산뜻한 감동이 남는다. 참 재미있고 특별하다. 아무리 누르려 해도 결국 정의가 이긴다는 삶의 단순한 진리를 전달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가 돋보이는 한 변호사님의 여유롭고 겸손한 인생관이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한 변호사님의 유쾌한 여유를 배워보자. 삶의 어두운 힘들이 우리를 괴롭혀도 결코 지칠 것 없다. 웃는 자가 이기니까. - 강금실(변호사)


주석
6> <자서전>, 4쪽.
7> 앞과 같음.
8> 앞의 책, 5쪽.
9> 앞의 책, 407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한승헌, #시대의양심_한승헌평전, #한승헌변호사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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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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