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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승헌 자문위원단장(전 감사원장)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인사 나누는 문재인-한승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승헌 자문위원단장(전 감사원장)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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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위원장을 마친 후 대통령 통일고문,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경원대학교 석좌교수,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등을 지냈으나 모두 한시적인 업무여서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기저기 모임에서 축사를 하는 등 유유자적한 나날이었다. 

반가운 일도 있었다.

2017년 6월 24일 대법원의 재심에서 1974년 <어떤 조사>의 필화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악독한 고문과 징역 1년 6개월을 살고, 또 다른 조작사건으로 옥고와 8년 동안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던 사건이 42년 만에 무죄가 된 것이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동안 얽조였던 '주홍글씨'를 떼게 되었다.

한 해 전 그는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재판부는 "수필 내용은 사형집행을 당한 사람을 애도하고 있을 뿐,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폐지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한겨레>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국 정치가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너무 느려빠진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내 나이 41살 때 <어떤 조사> 필화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어요. 83살이 된 지금 재심 끝에 무죄가 됐지요. 그나마 개인적으로는 다행이지만, 여전히 참담하고 착잡한 마음입니다. 과거 독재 치하에서 전과자 누명을 쓰고 사법살인 같은 참변을 당한 분들께 빚을 진 것 같아요." (주석 1)
 
한승헌 전 감사원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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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옥고를 치르면서 뒷날 대통령이 된 문재인과의 인연을 소개하였다.

당시 검찰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민주화운동을 했던 인사들에게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주는 모욕이자 보복이었어요. 사법부의 태도도 비슷했습니다. 다행히 내게는 복역 기간이 여러 가지 법을 새로 공부하고, 의로운 청년이나 민주인사와 인연을 맺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75년 서울구치소 구금 중에 데모하던 대학생이 옆방에 왔길래,  교도관을 통해 새 '메리야스'(내의) 한 장 건넸는데, 그게 '경희대 법대생 문재인'이었던 것 같은 일들이죠.(웃음) (주석 2)

한승헌은 2018년 9월 13일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대법원은 그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인권변호사로서 수많은 시국사건 변호를 맡는 등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어느 자리에서 훈장을 받은 것에 대해 너스레를 떨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는데 제가 젊은시절 꿈이 훈장(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사범학교에 응시했으나 떨어져서 훈장이 못 되었는데, 그래서 정부에서 훈장을 준 것 같아요."

프랑스의 지성지 <리베라 시옹>은 1972년 10월 창간 선언문에서 "사회적 등급이 올라갈수록 도덕성이 희박해진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현상은 동서가 다르지 않는 것인가.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정권이 바뀌면서 꼴불견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날 김대중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거나 젊은 시절 반유신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박근혜 정권으로 몰려갔다. 선거 과정에 박근혜를 지지한 진보진영의 명사들도 꽤 많았다.

법조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반유신ㆍ반5공 투쟁에 나섰던 변호사 중에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요직에 들어가 허명을 날리고 부패정권을 지탱해 주었다. 

한승헌은 1980년 날조된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엮여 받은 유죄판결도 2003년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주석
1> <한겨레>, 2017년 6월 26일치.
2>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한승헌, #시대의양심_한승헌평전, #한승헌변호사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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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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