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월 27일 오전 9시 30분에 찾은 DCE 사무실의 주소는 Nicolaas Beetsstraat 2A. 3511 HE Utrecht이다. 사무실 정면의 다리 위에서 원정대원과 DCE 직원 등이 함께 기념촬영을 한 장소는 위트레흐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도로였다. 그 길에 덮여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운하가 흐르게 복원했단다. 도로의 한복판이었을 양쪽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운하가 한가운데로 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과거에 이길은 "입체화된 고속화 자동차 도로" 2월 27일 오전 9시 30분에 찾은 DCE 사무실의 주소는 Nicolaas Beetsstraat 2A. 3511 HE Utrecht이다. 사무실 정면의 다리 위에서 원정대원과 DCE 직원 등이 함께 기념촬영을 한 장소는 위트레흐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자동차 도로였다. 그 길에 덮여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운하가 흐르게 복원했단다. 도로의 한복판이었을 양쪽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운하가 한가운데로 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김길중

관련사진보기



위트레흐트에서의 첫 사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이 사진을 꺼낸다.

우리를 맞이했던 DCE의 셀리씨와 롭씨 등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한 다리의 뒷모습이다. 우리와 미팅 후 산책을 하면서 위트레흐트의 변화에 관한 설명을 준비했던 모양이다. 뜻밖에도 사무실 바로 앞의 이 다리에서 말을 꺼낸다. "이곳이 아까 프레젠테이션 때 설명했던 그 공간이다"며 설명을 이어간다.

'시내를 관통하는 주요 도로였고 운하 위를 복개하여 넓은 폭의 차선을 지닌 도로였다'고 설명한다. 위트레흐트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자동차 운행이 많았던 도시였고 자전거를 중심에 두고 변화하면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운하의 기능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다.

'이 일대가 고속화되고 입체화된 도로였다?' 개념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상상이 안 됐다. 이 궁금증과 불완전한 이해는 이날 오후의 위트레흐트 시청 허버트(도시개발과 선임정책자문관)와의 미팅에서 일부 해소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원정대 단체 대화방 대화를 나누며 완벽하게 해소되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숙소로 묵던 레오나르도 호텔, 그리고 DCE사무실과 위트레흐트 중앙역 일대가 구도심의 핵심이었다. 그 한가운데를 지하차도를 통해 자동차 교통을 흡수하는 입체 형태의 도로가 관통하고 있었다. 아래 사진 좌측은 1981년에 촬영된 자료로 위트레흐트시의 아카이브에 보관된 자료다. 우측은 2022년에 촬영된 항공 사진이다(출처, 암스테르담 대학교 도시자전거연구소).
 
좌측 사진은 1981년 항공촬영된 사진으로 위트레흐트시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이다. 우측 사진은 2022년 항공촬영된 사진으로 Aerophoto Schiphol자료이다. 두 사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도시자전거 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게 게시된 자료임(우리가 28일 인터뷰한 메러디스 글레저 교수가 이 연구소의 소장)
▲ 도시는 어디에서 어디로 변화 해야 하는가? 좌측 사진은 1981년 항공촬영된 사진으로 위트레흐트시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이다. 우측 사진은 2022년 항공촬영된 사진으로 Aerophoto Schiphol자료이다. 두 사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도시자전거 연구소 페이스북 페이지게 게시된 자료임(우리가 28일 인터뷰한 메러디스 글레저 교수가 이 연구소의 소장)
ⓒ 암스테르담 대학교 도시 자전거 연구소

관련사진보기

 
도시의 진화란 무엇일까?

이 공간을 같은 공간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오후 허버트씨의 프레젠테이션 중 또 다른 자료를 설명하는 데 누군가가 외친다. "이거 우리 숙소 근처 아니에요?"라고 말하자 주변이 소란해진다. 허버트씨가 우리의 수군거림을 눈치채고 몇 마디를 물어보더니 "맞다"고 한다. "바로 레오나르도 호텔!"이라고.

수십 년간 새로 생긴 건물도 있고 해서 못 알아본 것이다. 간밤과 아침에 그토록 경이로움 속에 빠져있던 공간이 이렇게 바뀐 터라 쉽게 알아보지 못했을 뿐 그 장소가 맞는 것이었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세트장처럼 경이롭던 이곳, 그리고 위트레흐트가 오래되지 않은 시절에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자동차 도시였고 도시 자체가 완전히 탈바꿈한 것을 시간과 공간을 대입해 이해하게 된 것이다.
 
흑백사진은 과거 차량이 위트레흐트의 주요 운송수단으로써 자리하던 시절의 풍경이다.  차로가 매우 넓고 자전거와 차가 뒤엉킨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원정대원이 목격한 현재 사진이다. 차로로 이용하던 상당 구간을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로 전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위트레흐트 시의 허버트씨가 발표한 프리젠테이션에 포함된 내용이다.
▲ Vredenburg가 레오나르도 호텔 앞의 과거와 현재 흑백사진은 과거 차량이 위트레흐트의 주요 운송수단으로써 자리하던 시절의 풍경이다. 차로가 매우 넓고 자전거와 차가 뒤엉킨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원정대원이 목격한 현재 사진이다. 차로로 이용하던 상당 구간을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로 전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위트레흐트 시의 허버트씨가 발표한 프리젠테이션에 포함된 내용이다.
ⓒ 위트레흐트 시

관련사진보기

 
DCE 및 허버트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요약되는 위트레흐트의 현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네덜란드 전체적으로는 대략 25%가량이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는다. 위트레흐트도 전체적으로 27%가량이 자전거로 움직인다. 그리고 시내 중심부에서는 그 비중이 61%가량을 차지한다. 23%가량은 기차를 타고 11%가 걷는다. 그리고 자동차는 5%만을 차지한다.

이 수치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대중교통수단을 통해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극히 일부(버스운전자, 업무용 차량 운전자, 장애를 가진 사람 등 필수적 차량)만이 차를 통해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허버트씨와의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 일행들은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다른 도시를 가보지 않았지만 위트레흐트야말로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가 아닐까?'
     
compact, green, connected, inclusive, future-proof, slow. 6개의 개성을 가진 위트레흐트의 미래를 설명했다. 이로써 인구 35만 수준의 현재에서, 45만을 수용하는 도시로 대비하기 위해 정교한 설계를 진행 중임을 발표했다. 허버트씨는 파리의 15분 도시에 빗대 위트레흐트는 10분 도시가 구현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위트레흐트시 도시 개발과 선임정책자문관 허버트씨가 밝히는 "2040 위트레흐트" compact, green, connected, inclusive, future-proof, slow. 6개의 개성을 가진 위트레흐트의 미래를 설명했다. 이로써 인구 35만 수준의 현재에서, 45만을 수용하는 도시로 대비하기 위해 정교한 설계를 진행 중임을 발표했다. 허버트씨는 파리의 15분 도시에 빗대 위트레흐트는 10분 도시가 구현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위트레흐트시

관련사진보기

     
예측되는 변화를 대비하는 위트레흐트의 도시계획

일행들의 감탄과 탄식이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우리의 궁금증인 '위트레흐트는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을 만들었을까?' 대신 '위트레흐트는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 나갔다. 프레젠테이션의 제목이 '2040 프로젝트'이다. 2019년 현재 35만여 명의 인구를 2040년엔 45만 명으로 늘리는 도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주택은 6만 채가 필요하며 일자리는 7만여 개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에 대원들이 앞 다투어 질문한다. "한국사회는 지방도시의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고 인구 감소는 세계적 추세인데 산업구조의 변화나 인구 유입 요인이 있어서 그렇게 설정한 것인가?"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2040 프로젝트의 근거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한 허버트씨의 답은 이랬다. "수십 년간 이어진 추계 속에서의 산출이며, 위트레흐트의 지리적 요건(네덜란드의 중심부)과 몇몇 산업에서의 변화 요인을 감안한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이다."

다시 탄식이 인다. '우리의 경우 희망사항이 담긴 근거 없는 수치를 제시하는데 반하여 이들은 추세 속에서 늘어날 인구, 그리고 그에 대비한 도시계획을 하고 있구나'라고 이해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허버트씨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이어간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공간을 만들 생각이며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곳에 들어올지 아닐지를 선택하게 만들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트레흐트 시민들은 자동차를 적게 보유하고 있을까? 허버트씨의 설명에 따르면 가구당 대략 1대꼴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보유한 자동차는 비교적 외곽에 주차해 두고 주로 주말에 여행을 할 때 사용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등에 이용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렇다면, 자전거 도시를 먼저 걸어온 입장에서 한국의 도시들에 대한 조언은 무엇일까. 

셀리씨와 허버트씨가 방문단에 건넨 조언

이에 관한 대답은 DCE의 셀리씨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긴 안목에서 10~15년간의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대할 필요가 있겠다. 아까 설명했지만 자전거 도시의 출발은 '우리 아이들을 더이상 죽이지 마라(도로 위의 안전 캠페인)'와 같은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오일 쇼크 등의 몇 가지 중요한 요인과 엮여 전개되어온 거다. 결코 자전거를 앞세운 건 아니었다." 

허버트씨는 오히려 "한국의 도시들이 자전거 도시로 가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겠느냐"는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광주시의회 명진 의원은 "깊은 영감과 철학을 배워간다. 자주 교류하고 서로 방문도 하면서 많은 걸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모든 걸 배워 가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원정대원들은 "이번에 우리가 방문해서 들은 내용들을 자료로 주시면 좋겠고, 궁금한 내용들을 이메일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여쭤 보는 게 가능하겠나? 그리고 향후 많은 소식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DCE의 셀리씨와 위트레흐트시의 허버트씨에게 청했다. 그리고 이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저 세트장처럼 여겨졌던 현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들과 우리의 방법론은 다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변화 역시 일순간에 이뤄지지 않았으며, 셀리씨의 조언처럼 긴 안목으로 실마리를 풀어갈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여러분의 도시는 자전거로 충분합니까?
ⓒ 김길중

관련영상보기


태그:#자전거 원정대, #위트레흐트 자전거, #자전거 도시, #자전거로 충분하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