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아-리 눈물고개- 임이 떠난 이별 고개-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흘러간 노래. 여기서 '단장'의 뜻은 무엇일까.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팀의 수장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선수협의회 관계자)
"한마디로, 아까운 사람이죠." (모 스포츠신문 야구부 기자)

야구관계자들 사이에서 '성공적인 야구 관리자', '프런트 운영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아 온 LG 트윈스 최종준 단장(51세). 작년 12월 31일 그가 스스로 단장직에서 물러나자 나왔던 말들이다. 하지만, LG트윈스(이하 '트윈스') 홈페이지에 나타난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최 단장님 그만두는 거... 한 명도 아쉬워하지 않을 겁니다."
"만세! 최 단장 사표 제출."

이처럼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트윈스는 팬들로부터 '프런트가 너무 강하다'는 비판을 들어왔고, 그 중심에는 '최종준'이라는 이름 석자가 놓여 있었다. 최 단장의 '강한 프런트론'. 그는 자신이 써낸 '최단장의 LG 야구 이야기'란 책을 통해서도, "야구를 잘하려면 구단 프런트가 막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단의 조직은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이러한 복합 조직을 잘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프런트가 책임 있는 자세로 경영을 해야 한다. 강한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중략)...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사권과 작전권의 명확한 소관 분리이다. 감독과 코칭 스태프 등 현장 조직의 구성에 관한 인사권은 프런트 책임이며, 선수 기용과 전략, 전술은 현장(감독)의 고유 권한인 것이다.

'인사권'. '최 단장의 프런트'와 팬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이는 그동안 그가 깊이 관여했던 몇몇 트레이드만 살펴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미스터LG 김상훈, 트윈스 초기 최고의 스타 김재박, 영원한 LG맨일 것 같았던 김동수, 그리고 최근의 양준혁 선수까지. 모두 팬들로부터 찍힐 수밖에 없었던 사례들이다.

하지만, 최 단장의 평가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용병 숫자를 줄여야 한다."
"에이전트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2군 선수도 FA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특히, '2군 FA' 주장은 올해 선수협이 중점 과제로 천명했던 내용중 하나. '왠지 단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과 행동',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돔 구장 건설을 위해 LG돔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는가 하면, 작년에는 가만 놔둬도 좋을 '치어리더 중심의 응원 문화'에 손을 대려 했다가 일부 팬들로부터 성토를 당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는 평범한 단장이 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프런트 생활의 고달픔도 그냥 '힘들어 죽겠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프런트가 얼마나 괴로운지는 자리 이름이 그대로 증명합니다. 과장(課長)은 과장(過腸)이니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과민성장염(過敏性腸炎)에 시달리고, 부장(部長)은 부장(腐腸)이니 장이 썩을 지경이지요. 또 그보다 더한 단장(團長)은 단장(斷腸)이니 장은 이미 끊어졌고, 사장(社長)은 결국 사장(死腸)이 되고 만다니까요." (최 단장의 LG 야구 이야기 中)

'단장(斷腸)'은 '창자가 끊어질 만큼 슬픈 이별'을 나타낸다. '거, 엄살이 너무 지나친 거 아냐'. 하지만, 최 단장이라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1990년 트윈스 1호 직원으로 발령 받은 후, 12년동안 프런트 생활만 고집해왔기 때문이다. 3월말일자로 LG라는 회사를 떠나는 최종준. 어쩌면, '프로야구'는 최단장에게 '미아리 고개'였는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최종준 단장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2002-02-19 11:29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최종준 단장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