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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장. 응시자 A씨는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는지"라는 질문을 들었다. A씨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한 기업의 인사팀장이라는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면서도 "임금은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지, 회사 바깥에서 진행한 회사 업무와 무관한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우문 현답'을 하였다.

이 사건은 기업이 노동자의 성별에 대해 전근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동아제약은 모 언론사와 한 인터뷰에서 군 미필자 대비 군필자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신 인사제도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고 해명하였다. 이러한 회사의 해명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였고 동시에 기업이 여성 노동자를 여전히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성차별은 여전히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여성 비정규직 비율(2019년 41.5%)은 여전히 남성 비정규직 비율(2019년 26.3%)보다 15%p가량 높고, 임금 격차 또한 남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의 68.8%에 불과하다.

여전히 실무에서는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이어지는 여성 노동자의 삶이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노무사인 나에게 '비밀스러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노무사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해도, 실행은 사업주의 몫이니 이런 경고는 '소귀에 경 읽기'에 불과한 경우가 대다수다.

차별이 없어지지 않으니 국가도 칼을 빼들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및 '노동위원회법' 개정으로 고용상 성차별에 대해 그간 단순한 금지 및 벌칙 조항을 두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효적인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구인·구직 만남의 날 취업성공 일구데이' 행사에서 한 구직자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2021.5.14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구인·구직 만남의 날 취업성공 일구데이" 행사에서 한 구직자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2021.5.1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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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하고 신속하게

지난 2021년 5월 18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노동위원회를 통한 행정 구제의 길을 열었다. 그간 차별에 대한 구제는 기간제법 및 파견법에 따라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에만 적용됐는데, 이제 그 대상을 넓혀 채용 과정부터 고용상 전 과정에 걸쳐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도 노동위원회 구제 명령 대상으로 정한 것이다.

이 제도는 기존 법의 차별금지조항 및 그 벌칙을 보완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국적·신앙 및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법은 제7조 이하의 차별 행위에 대해 역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는 벌금만 내고 차별 해소를 위한 조치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사례가 많았다.

그동안 위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기나긴 소송의 길을 각오해야 했다. 정식 재판을 청구해야만 하다 보니 변호사 선임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1심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회사가 불복이라도 하는 날에는 2심과 3심까지 기나긴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위원회에 차별 전반에 대해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으나 인권위에는 강제력 있는 명령 등을 내릴 권한이 없다.

행정 구제의 취지가 간편하고 신속한 방식으로 노동 인권을 구제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노동위원회를 통한 행정 구제 제도 도입은 환영할 만하다. 특히 기존 인권위법상 차별시정 권고를 넘어서, 노동위원회가 사업주에게 차별을 근절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릴 뿐만 아니라 "사업주의 차별적 처우 등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 등이 반복되는 경우"(제29조의2) 최대 3배의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게 한 것은 형사법적 성격을 지닌 민사적 배상 제도로 실효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별 피해자를 위한 조치로 시정 신청을 이유로 사업주가 당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였으며, 심지어 이와 같은 분쟁 해결에 대해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담시키는 "입증책임의 전환"(제30조) 규정을 두어, '차별이 없었음'을 사업주가 입증하지 못할 경우 차별이 의제(본질은 같지 않지만 법률에서 다룰 때는 동일한 것으로 처리하여 동일한 효과를 주는 일)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 또한 도입하였다.

이렇듯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번 차별적 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선례를 보면 답이 나온다

차별 행위에 대한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실시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소위 '비정규직법'이라고 불리는 기간제법 및 파견법에서는 고용 형태, 즉 기간제·단시간 또는 파견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하여 임금 및 노동조건 등에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기간제법의 경우 입증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담시키며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까지 둔 점이 이번 개정 남녀고용평등법과 유사하다. 이에 입법 당시 경영계가 반발했으며, 영미법계에서 발전된 이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학계도 어느 정도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막대한 손해배상액 때문에 차별 행위가 원천적으로 근절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이 제도는 전격 시행되었다.

하지만 바뀐 점이 있는가?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e-나라지표 홈페이지를 보면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지난 2020년 기준 각각 2만 731원과 1만 5015원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3/4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최초 통계 시점인 2008년도(정규직 1만 4283원, 비정규직 7932원으로 55.5% 수준)에 비하면 높아졌으나 처벌이나 배상이 두렵다고 차별적 관행이 없어지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에서 '중규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통계에서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존재가 되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의 중규직들이 전환 이전과 동일한 급여 체계를 적용받고 있다. 같은 사업장 내 같은 부서에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누구는 호봉 테이블을, 누구는 오르지 않는 연봉 계약을 적용받는 일이 너무 흔하다.

현실적으로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유토피아적인 상상일 뿐이며, 그 이유를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제도 하나에 국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시행되었던 제도의 명암을 들여다보면 내년 시행될 성차별에 대한 시정 신청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그 한계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동위원회 구제의 한계

가장 큰 문제는 차별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할 노동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노동위원회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말이 많았으나, 현실적으로 그 많은 전문인력을 채용하여 차별 사건을 맡기기란 어렵다.

이에 이번 법에서는 제25조의3 제5항을 통해 "노동위원회는 차별적 처우 등 시정 사무에 관한 전문적인 조사·연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전문위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규정이 실제로 옮겨졌을 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별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실제 구제 신청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숫자가 급증하는 마당에 그 양적·질적 다양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전문위원을 완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별은 1인만 있는 사업장에서는 불가능하다. 차별이라는 개념 자체가 누군가와 비교되어야만 논리적으로 성립하므로 그 상대방인 '비교 대상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비교 대상을 판단하기 위한 동일가치 노동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판례는 차별적 처우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대법원 2015.10.29., 2013다1051)이라 보면서, 동일가치 노동이란 "서로 비교되는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인정되는 노동"(대법원 2019.3.14., 2015두46321)이라고 보면서, 기술·노력·책임 및 작업조건이나 노동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라고만 정해, 상황마다 다른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설령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불이익한 처우가 있었음을 가까스로 인정받더라도, 거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 있다. 법원은 이를 "당해 노동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대법원 2019.3.14., 2015두46321)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보고 있다. 과연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란 무엇일까? 애매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여기에 기존의 법이나 판례에서 차별에 대하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우리 법제는 차별 그 자체만을 다루는 상위법으로서의 이른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그 판단을 담당하고 있으나 인력이나 시간 모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당장 어느 법에도 괴롭힘이나 혐오 표현의 차별성은 어떻게 인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규정조차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하위법 조항 몇 개만을 바꾸고 신설한다 하여 차별 행위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수단을 마련했다고 자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법을 고려하여야 할까?

면접장 황당한 질문 없애려면 

기왕 제도를 도입하는 마당에 노동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일찍이 민권법(1964) 제7장을 통해 성평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리를 확립해 오면서 동시에 그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방고용균등기회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EEOC)를 운영해 오고 있다.

독립기구인 EEOC는 우리나라 인권위의 기능 중 고용과 관련된 부분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차별 행위를 조사해 구제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고용상 여러 차별 관련 금지 규정 및 하위법을 제정·집행하고 관련 연구를 통해 차별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기구다. 특히 이 기구는 차별의 증명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은 증명 책임의 법리를 포함한 많은 이론을 사실상 입법화 시켰다.

'4/5 규칙'이란 임금 등 노동 조건에 있어 차별이 존재함을 통계적으로 일반화하여 입증하는 방법이다. 가령 주류 집단의 월 임금 수준이 1만 달러라면 같은 사업장 내 같은 일을 하는 비주류 집단(여성 등)의 월 임금이 그 80% 수준을 하회할 경우 차별이라고 의제하는 방법이다.

이는 임금 차별에 있어 최소한의 하한선을 지키는 기준이 되면서도, 차별 피해자들이 어렵지 않게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통계적이지 않은 방식도 있다. '대안적 고용 관행'(Alternative Employment Practices)이란 사용자가 의도한 바를 이루기 위해 차별적 대우 외의 다른 대안적 방법이 있는 경우, 다시 말해 현실적으로 굳이 차별을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는 상황을 입증하는 것으로 차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증명 방법이다. 이는 수치화되기 힘든 임금 외 분야에서의 차별 구제에 도움이 된다.

우리도 기왕 차별 관련 구제 제도를 정비하는 마당에 전문위원을 두는 정도에서 끝내지 말고, 전문적인 차별 문제 대응 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 차별이 가장 만연한 분야 중 하나가 노동 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미 있는 노동위원회의 기능을 확장하는 편이 더 효율적일 것이며, 단순한 사건의 구제에서 끝나지 않고 차별 그 자체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성차별이 일어나는 것 자체를 단시간에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적 기구를 둠으로써 우리 사회의 높아진 노동인권 및 성인지 감수성의 목마름을 해결하고, 피해 노동자를 신속·정확하게 구제할 수 있다면 적어도 면접장에서 황당한 질문을 받고 눈물 짓는 여성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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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책임노무사, HR 책임컨설턴트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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