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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 13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모래차단댐 유사조절지에 녹조가 폈다. 6월 초에 녹조라니. 심각하다.
 영주댐 13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모래차단댐 유사조절지에 녹조가 폈다. 6월 초에 녹조라니. 심각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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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발생한 영주댐 녹조

지난 2일 정오 무렵 영주댐 상류 유사조절지 현장.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유사조절지에 갇힌 물의 색깔이 완전히 녹색이었기 때문이다. 녹조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6월 초 댓바람부터 녹조가 폈다. 

영주댐이 녹조라떼 배양소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녹조가 진행될 줄은 기자 또한 예상을 못 했다. 녹조는 유사조절지 상류로 계속 이어졌다. 녹색의 강물이 가득한 내성천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유사조절지의 물을 아래 영주댐 본체 쪽으로 방류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찔끔찔끔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만 물을 내려보내고 있었다. 그 물은 어도를 따라 아래로 흘러간다. 어도를 통해 흘러가는 물빛도 녹색빛이 완연하다.
 
유사조절지 아래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유사조절지 아래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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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사조절지에서 녹조 물을 막고 있기 때문에 영주댐 본댐에서는 아직 녹조가 피지 않고 있었다. 영주댐 본댐의 녹조 발현 시기는 늦춰지겠지만, 어쩐지 그 이유가 개운치 않았다. 

상류로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녹조를 목격했다. 영주댐 상류에 왜 이렇게 녹조가 빨리 심각하게 발현했을까?
 
유사조절지 상류 두월교에서 바라본 내성천 영주댐 녹조. 심각하다.
 유사조절지 상류 두월교에서 바라본 내성천 영주댐 녹조. 심각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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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이산면의 내성천 바로 옆에서 육묘장(모판을 길러 농민에게 파는 일)을 하는 김진창(65) 농민을 만났다. 

그는 영주댐 건설 당시 영주댐 반대 이산면대책위를 하면서 댐 사업을 강하게 반대한 주민 중 한 명이다.

"녹조가 생기는 것은 비료 퇴비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영주댐은 대청댐보다 농경지 비율이 더 높다. 그 농경지에서 해마다 들어오는 비료와 퇴비 성분이 녹조의 먹이가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영주댐에 유독 녹조가 많이 생기는 게 아닐까."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추측이다. 그는 또 애초에 영주댐의 시작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주시 이산면 내성천변에서 육묘장을 하고 있는 김진창 농부. 그는 영주댐의 입지 자체가 잘못이라 했다.
 영주시 이산면 내성천변에서 육묘장을 하고 있는 김진창 농부. 그는 영주댐의 입지 자체가 잘못이라 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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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김대중 정권 시절 지금의 영주댐보다 조금 위쪽에 송리원댐 계획이 있었다. 그때 영주시장과 지역 정치인들 그리고 그 밑의 하부조직들까지 대대적으로 반대했던 걸로 기억한다. 민주당 정권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9년 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4대강사업으로 영주댐을 짓는다니 그때는 영주시장과 정치인들이 이번에는 찬성하고 나섰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나? 댐 사업 같은 건 국가백년대계인데 정권에 따라서 찬성과 반대가 달라지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철저히 타당성 분석을 통해서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와야 댐 사업 같은 거대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지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 말 되느냐?
거기에 이 녹조 문제까지 더하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사업을 벌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다. 

"영주댐은 입지부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농경지가 이렇게 많은 지역에 댐을 짓는 나라가 대체 어디 있나? 영주댐을 잘못 지어 문제가 많이 제기되니, 이제 다른 데서는 댐 이야기 자체가 안 나오고 있지 않나. 지금이라도 영주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는 수문을 다 여는 조건으로 댐은 존치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댐을 남겨 우리가 큰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댐이란 것을 잘못 지으면 이런 꼴 난다고."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 상류의 심각한 녹조. 영주댐은 입지 자체가 잘못 선정된 엉터리 댐임을 입증하는 것이 바로 해마다 되출이되는 이 녹조 현상이다.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 상류의 심각한 녹조. 영주댐은 입지 자체가 잘못 선정된 엉터리 댐임을 입증하는 것이 바로 해마다 되출이되는 이 녹조 현상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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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사업,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그의 말대로 댐 사업은 신중해야 한다. 댐은 잘 지내던 주민들을 고향에서 내쫓기도 한다. 영주댐도 1천 년 마을 금강마을을 비롯하여 529세대를 수몰시켜, 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금강마을 이주단지를 가보면 거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다. 그것도 80세가 넘은 고령이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어른들이 고향을 잃은 채 이주단지에 와있거나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이런 비극적인 사태를 겪게 만든 것이 바로 댐 사업이다.
  
유사조절지에서 막힌 녹조 물이 내려오지 않은 영향인지 영주댐 본댐에는 아직 녹조가 없다. 그러나 영주댐 이대로 존치할 수가 없다.
 유사조절지에서 막힌 녹조 물이 내려오지 않은 영향인지 영주댐 본댐에는 아직 녹조가 없다. 그러나 영주댐 이대로 존치할 수가 없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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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주댐은 지금 심각한 녹조 문제로 댐의 존치 문제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과연 고향 잃은 저 주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국가 사업이라며 고향마저 내줬는데, 댐은 준공도 못 한 채 저렇게 방치되어 있다. 댐으로서 기능을 할지도 미지수다. 고향 잃은 수몰민들만 억울하게 생긴 것이다.

국가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행정을 벌여야 한다. 특히 댐 사업 같은 대규모 토건 사업에서는 말이다.

"영주댐, 국가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하고, 수몰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댐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옳다. 언제까지 저렇게 방치할 것인가? 환경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댐은 접고 그 자리를 멋진 공원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낫다. 내성천을 국립공원을 만들어 생태 관광 같은 것을 하면 좋겠다. 그것이 내성천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김진창 농민의 말이다.
 
내성천 국립공원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립공원이 된 내성천 모래강 걷기 등을 통해 내성천의 가치를 충분히 알려갈 수 있다. 영주댐 하류는 아직 아름다운 구간들이 남아있다.
 내성천 국립공원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립공원이 된 내성천 모래강 걷기 등을 통해 내성천의 가치를 충분히 알려갈 수 있다. 영주댐 하류는 아직 아름다운 구간들이 남아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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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14년간 4대강사업을 반대해왔고, 앞으로 낙동강과 내성천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그:#영주댐, #내성천, #녹조, #수몰민, #금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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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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