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황선홍 선수의 절묘한 오른발 슛이 한국 축구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한국 대표팀이 1년 4개월만에 복귀한 황선홍 선수의 골에 힘입어 일본 월드컵 대표팀을 2-1로 눌렀습니다. 먼저 황선홍 선수의 멋진 골 장면을 보시겠습니다.

화면 서정원의 패스, 황선홍의 왼발 슛. 공은 수비수 몸에 맞고 튀어 나온다. 그러자 허공에서 몸을 띄우며 오른발 슛을 날리는 황선홍. 일본 네트가 출렁거린다. 빗물에 흠뻑 젖은 그라운드위로 다이빙. 황선홍의 골 세리모니에 열광하는 관중들.

기자 스타는 역시 큰 경기에 강했습니다. 후반 27분 1-1 동점 상황에서 터진 황선홍의 멋진 골로 대표팀은 최근 일본전 2연패에서 벗어났습니다.

▲ 2002 월드컵 폴란드전
ⓒ 연합뉴스 황선홍 "무엇보다 90분을 소화할 수 있어 기쁩니다. 오늘 경기로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저를 잊지 않고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98프랑스 월드컵에서 반드시 좋은 활약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화면 최성용의 낮은 패스를 받은 김도근이 문전으로 공을 띄운다. 번개처럼 솟구쳐 헤딩을 날리는 이상윤. 공은 골포스트를 스치고 네트를 흔든다. 우두커니 지켜보는 일본 GK. 이어 일본 나카야마의 동점골 장면. 열광하는 울트라닛폰 응원단.

기자 열전이었습니다. 6만 여명의 관중들은 빗속에서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습니다. 양 팀의 슛은 모두 4차례나 골포스트를 때렸습니다. 그러나 대표팀의 불같은 투지는 일본팀의 조직력을 압도했습니다.

차범근 "정신력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특히 이민성, 최영일이 결장해서 걱정했습니다만 이상헌, 김태영이 잘 해 줬습니다. 황선홍은 오랜만에 복귀했는데도 만족할만한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기자 특히 오늘 경기에서 처음 선 보인 황선홍-최용수 투톱라인은 강한 위력을 발휘하며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 16강에 청신호를 밝혔습니다. 대표팀은 3일부터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프랑스로 가기 위한 최종 담금질에 들어가게 됩니다.

황선홍의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는 폭넓고 다양한 움직임이 펼쳐지면서, 최용수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폭발적인 문전 쇄도는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월드컵유치기념 한·일 친선경기에서 시험 가동된 황선홍-최용수 투톱은 이후 평가전을 거치며 한국팀의 확실한 득점루트로 자리매김한다.

한·일전이 끝나고 중국과의 최종 평가전이 열리기 전까지 대표팀이 치른 경기는 모두 8경기. 당시 2승 2무 4패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은 10득점(11실점)을 기록했고, 황선홍-최용수는 절반이 넘는 6골을 합작했다. 5월 27일 열린 세계랭킹 3위 체코와의 경기에서는 나란히 한 골씩을 쏘아 올리며 2-2 무승부를 이끌기도 했다.

특히 황선홍은 유고전, 자메이카전, 체코전에서 각각 골을 성공시키며 절정의 골 감각을 유지하고 있었다. 1997년 3월 오른쪽 무릎 부상. 1997년 5월 독일에서 수술 그리고 재활훈련. 이로 인해 최종예선에 참가하지 못했던 황선홍은 재기에 완전히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황선홍은 체코전이 끝난 후 인터뷰를 통해 "세 번째 월드컵 무대에서 정말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월드컵 첫 승을 거두고 말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1998월드컵대표 한·일전 이후 평가전
1998. 4. 7 : 프랑스 생드니 1-2 패 진순진
1998. 4.12 : 프랑스 메츠 2-1 승 김도근 최용수
1998. 4.16 : 슬로바키아 0-0 무
1998. 4.19 : 마케도니아 2-2 무
1998. 4.23 : 유고 1-3 패 황선홍
1998. 5.16 : 자메이카 2-1 승 황선홍 이상윤
1998. 5.19 : 자메이카 0-0 무
1998. 5.27 : 체코 2-2 무 황선홍 최용수
1998. 6. 4 : 중국 1-1 무 이상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만에 황선홍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만다. 1998년 6월 4일, 중국과의 마지막 평가전. 프랑스로 떠나기 하루 전에 열린 경기, 황선홍은 중국 골키퍼 장진과 충돌하면서 전반 10분만에 벤치로 물러난다. 1997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이번에는 왼쪽 무릎이었다.

당시 차범근 감독은 황선홍 선수 부상에 대해 "최용수-김도훈, 최용수-서정원 카드가 있지만, 황선홍은 한국 공격의 핵"이라며 "걱정스럽다. 꼭 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우려한다. 신문선 해설위원 역시 "공격전술에서 황선홍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투스라이커 공격 전술에서는 개성이 각각인 선수가 짝이 되야 전력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며 "황선홍이 결장할 경우 투톱 위력은 크게 떨어지며, 팀 내 정신적 지주를 잃는 다는 점에서 한국팀의 전력 손실이 매우 크다"는 의견을 밝힌다.

우려는 현실로 드러난다.

황선홍 선수는 "선수 생명을 걸고라도 주사를 맞고 뛰겠다"며 호소하지만, 결국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서 한 게임도 뛰지 못한다. 1년 4개월만의 복귀, 고작 두 달만에 다시 찾아 온 이별. 황선홍의 화려한 컴백에 기뻐하던 축구팬들에게는 너무도 아쉽고 허무한 퇴장이었다.2003-03-31 19:37ⓒ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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