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축구대표팀이 세계 최강 브라질을 꺾었습니다. 대표팀은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벌어진 친선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김도훈 선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세계랭킹 1위 브라질을 1:0으로 격파했습니다.

기자 6만8천 관중들의 열광이 꽃샘추위를 녹였습니다. 후반 39분 서정원과 교체 투입된 김도훈은 최성용의 센터링을 그라운드에 몸을 뉘면서 그대로 오른발 슈팅, 네트를 갈랐습니다.

김도훈 "꿈만 같습니다. 골은 내가 넣었지만 동료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이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기자 잠실대첩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골키퍼 김병지였습니다. 김병지는 후반 12분 단독찬스, 20분 히바우도의 슛, 39분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슈팅을 모두 막아냈습니다. 브라질 대표팀 룩셈부르고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한국의 승리를 축하해줬습니다.

룩셈부르고 "경기에 대해서는 할 말 없습니다.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게 축구입니다."

허정무 "기쁩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 준 덕분입니다. 어떤 팀이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큰 소득입니다. 이번 승리에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이겼지만, 우리는 아시안게임에서 태국에게 졌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축구입니다."

기자 스탠드도 뜨거웠습니다. 붉은악마 3천여명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북을 동원해가며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붉은악마의 공식 캐릭터 '치우천왕(蚩尤天王)'이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대표팀은 1995년 8월 브라질 대표팀과 처음 대결한 이후, 2연패 끝에 귀중한 첫 승을 낚았습니다. 브라질 대표팀은 내일 일본으로 출국, 오는 31일 일본대표팀과 아시아투어 2차전을 벌이게 됩니다.

▲ 일간스포츠 2000년 4월 27일자.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하석주 선수의 결승골로 일본에 1:0으로 승리했다
ⓒ 화면캡쳐
다음날 일본 언론은 한국의 승리를 대서특필했다. 일본 언론은 "일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경기"였다고 총평하면서도 한편으로 "과연 브라질이 아시아국가에게 2연패를 당하겠느냐"며 우려를 드러냈다. 1999년 3월 31일, 이러한 불안감은 브라질이 일본을 2-0으로 가볍게 이기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당시 일본 대표팀 감독은 2002월드컵까지 일본 대표팀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트루시에. 하지만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 축구'라고 했던 한국과 브라질 감독은 각각 2000년 10월과 11월에 도중하차하고 만다.

2002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올렸던 룩셈부르고 감독은 시드니올림픽 8강전에서 탈락하면서 브라질 축구협회로부터 해임당했다. 당시 룩셈부르고 감독은 성적 부진 외에도 탈세 혐의, 선수 이적 수수료 착복 등의 비리에 연루돼 있었다.

이와 비교했을 때, 98프랑스월드컵 참패 이후 척박한 여건 속에서 대표팀을 맡았던 허정무 감독의 퇴진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시드니올림픽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2승을 거두며 올림픽 출전 사상 최다 승점을 기록했고, 아시안컵 준결승에서도 이란을 1-0으로 꺾고 1996년도 2-6 참패를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림픽 8강 진출 실패와 아시안컵 3위'성적은 2002월드컵 개최국 감독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를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공동개최국 일본과의 비교에 쫓겨야 했다. 1999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2패를 당하며 언론의 뭇매를 맞은 허정무 감독은 2000년 올림픽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한다.

당시 트루시에 감독은 "허정무 감독을 존경한다. 감독이란 어려운 자리다. 허 감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잘하고 있다고 본다"며 허정무 감독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일본 트루시에 감독의 '올림픽 8강 진출, 아시안컵 우승'이란 성적 앞에 결국 고개를 떨궈야 했다.

덧붙이는 글 | 위 기사의 앵커·기자·인터뷰는 당시 자료를 스포츠뉴스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2003-03-27 19:3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위 기사의 앵커·기자·인터뷰는 당시 자료를 스포츠뉴스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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