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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론 부산의 노무현-이회창 후보 유세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오늘은 노무현 후보의 부산유세 현장의 이모저모를 담았습니다. 내일은 이회창 후보의 부산유세 현장을 동행취재해 생생한 장면을 여러분께 전해드리겠습니다.)

▲ 30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 마련된 노무현 후보의 유세장에 3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산이 심상찮다.

노무현 후보의 유세장에 모인 사람들, 노 후보와 악수를 하려고 몰려드는 주변 상가 사람들의 눈빛이 심상찮다. 노 후보측은 "본격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한다.

그 '바람'은 11월30일 오후 2시부터 부산대 앞에서 펼쳐진 유세현장에서도 감지됐다.

노 후보 유세 현장의 특징은 사전 동원된 청중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노 후보가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바람잡이 찬조 유세가 펼쳐진다. 낮 1시50분 부산대 앞에 모인 청중은 대략 2백여 명. 대체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을 뿐 동원된 흔적은 거의 없다.

2시 정각이 되자 노무현 후보가 나타났다. 2백명이던 청중은 순식간에 5백여 명으로 늘어났다.

부산에서의 토요일 첫 번째 본격 유세.

노 후보는 자신의 동아시아론, 지방화시대론 등과 보육정책 등에 대한 정책유세를 펼친 다음 '부산사자론'을 펼쳤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연설이다.

"사자는 새끼를 낳아서 그냥 키우지 않는다. 새끼를 물어서 벼랑에 떨어뜨려 살아 돌아온 놈들만 키운다고 한다. 저는 부산이 저를 계속 떨어뜨린 것이 강한 사자가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계속 떨어뜨린 제가 이제 살아 돌아왔다. 이제 부산에서 좀 밀어줘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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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부산대앞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율동을 하는 젊은이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후보는 또 '처가본가론'도 펼쳤다.

"저 호남에서 표 많습니다. 처가에서 예쁨 좀 받는다고 본가에서 구박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청중들 중 상당수는 "옳소"하고 호응했다.

부산의 노무현 바람은 노 후보가 부산대 앞 유세를 끝나고 부산대역 앞까지 좁은 골목길 상가를 걸어갈 때 확실히 감지됐다.

노 후보는 1백여미터를 걸어 가는데 악수를 1백여번이나 해야 했다. 상가의 주민들은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수고하라" "잘하라"면서 노 후보에게 악수를 청했다. 골목길은 금세 '즉석 지지자'들로 꽉 메워졌다. 이들은 "오! 필승 노무현" "국민통합 노무현" "노무현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해바라기분식'집의 할머니는 튀김을 노 후보의 입에 손수 먹어주면서 노 후보의 손을 잡고 한참이나 놓아주지 않았다. 그 할머니는 그러면서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말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상가 골목길의 풍경은 마치 '살아돌아온 새끼 사자'를 맞이하는 장면과 거의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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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부산대앞에서 연설을 마친 노무현 후보가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청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30일 부산대앞 유세장에서 동전이 든 '희망돼지' 저금통을 흔드는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 후보 곁에는 정동영, 신기남, 허운나, 임종석, 신계륜, 함승희, 설훈, 배기선 의원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서면, 부산역 유세때는 '자발적 청중' 2-3천명 운집

오후 4시 30분경부터 시작된 서면유세. 유세시작 전에는 약 1천여명이던 청중이 노 후보가 나타나자 약 3천여명(경찰추산 2천명)으로 늘어나 거리가 꽉 찼다. 거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노 후보는 "참 많이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1인당 동원비 3만원으로 치면 저는 오늘 참 많이 돈을 번 셈입니다"라면서 유세를 시작했다.

임종석 의원은 서면 유세 직전 한 분식점에서 기자와 라면을 먹으면서 "거봐, 동원 안해도 된다고 그랬잖아"라면서 "부산이 인제 본격적으로 붙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내가 부산노인들한테 여러명 물어봤는데, 대부분 '이번에는 찍어줄게'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기호2번 노무현' 띠를 두르고 라면을 먹고 있던 임 의원은 옆의 젊은 여자 두명에게 "안녕하게요. 서울에서 온 임종석입니다. 노무현 후보 아시죠? 이번에 선거할 거죠?"라고 물었다.

젊은 여자들은 "아직 투표권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다시 임 의원이 "그럼 아버지께 말씀 드려주세요"라고 하자 한 여대생이 "이미 노무현 후보 찍어라고 말씀드렸어요"라고 답했다.

노 후보는 이날 '부산 새끼사자론'을 주로 펼쳤고 이것이 부산시민들에게 일정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했다.

노무현 후보는 부산역광장 유세에서도 부산대 앞에서 밝혔던 '새끼사자론'을 다시 언급하면서 "여러분, 이 부산에서 저 세번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대통령후보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들은 "노무현 노무현"을 약 30초동안이나 연호했다.

부산역 유세가 오후 5시 55분경에 끝났을 때도 청중들은 한참동안이나 "대통령 노무현" 연호하면서 노 후보가 떠나는 장면까지 지켜봤다.

노 후보와 동행하고 있는 김현미 부대변인은 "아이구, 내가 정치하다 보니까 부산에서도 이렇게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기자가 "다른 때는 어땠는데요?"라고 묻자 "87년에는 민주당이 숨어서했지"라고 말했다.

▲ 30일 부산 서면 태화백화점앞 유세장에서 노무현 후보를 기다리던 부산시민들이 버스주변으로 몰려들어 손을 흔들고 있다.
ⓒ 서호영
▲ 30일 부산대앞에서 연설하는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승부처 부산에서 도청문제 역공

특히 노 후보는 자신의 전략지 부산에서 한나라당이 무기로 꺼낸 도청문제를 강하게 되받아쳤다. 이회창 후보에게 "정모의원(정형근)을 검찰에 나가 진술하게 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그리고 자신이 도청파문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면서 부산시민의 박수를 얻어냈다.

노 후보는 "무슨 도청이라고 폭로했는데, 이걸로 노무현 흔들어보자 이건데 여러분, 노무현이 도청으로 이득본 사람입니까, 노무현은 도청당한 사람이다. 왜 하필이면 노무현 돕고 있는 사람, 김원기 의원, 김정길 전의원 등을 도청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요구한다"면서 "정모의원(정형근)에게 지시해서 이 도청결과 어디에서 나왔는지 밝히게 하고 검찰에 나가 진술하게 해야한다, 도청은 국가범죄다. 왜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유리할 때 꺼내쓰고 불리할 때는 감추고 장난질 치는가. 이런 사람이 정권을 잡아서 되겠는가"고 말했다.

이어 노 후보는 다시 "이회창 후보에게 요구한다"면서 "전국민은 도청을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도청하고 미행하고 감시하고 잡아가두고 했던, 이런 공작전문가들을 한나라당에서 모두 쫒아내라. 공안전문가, 도청전문가 데리고 정치할 생각마라. 그래야 국민의 지지 받는다"고 외쳤다.

노 후보가 도청문제에 대해 연설하는 동안 청중들은 수차례 큰 박수를 보냈다. 노사모 회원들은 청중의 맨 뒤로 빠져 있었고, 일반시민들의 박수가 많았다. 한나라당이 긴급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도 단순히 노 후보의 부산 유세장에서 청중이 많이 모인 것뿐만이 아니라 노무현의 '도청역공'에 박수를 보낸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상찮은 부산민심...'노무현 흔들기'가 오히려 약으로

부산 남포동 PIFF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노무현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말도 꺼내기 힘든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PIFF광장에서 17년간 노점을 하는 김신자(45)씨는 "여기서 오래 장사를 하며 수많은 정치인들의 연설을 보다보니 나름대로 감이 온다"며 "이번에 노 후보가 젊은 사람들로부터 표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30일 부산 남포동 PIFF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의 유세장에는 시민들의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주말 저녁 많은 젊은이들로 가득 찬 부산 남포동 PIFF광장에서 여학생들이 노무현 후보와 악수를 나누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동통신기기 판매를 하는 신영숙(29)씨는 "이번에는 다른 것 같네요"라며 "노무현이 뜨네요"라고 말했다. 신씨는 "부산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제는 좀 젊은 사람이 돼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광장에서 만난 서석겸(24)씨는 "나는 노무현 지지"라며 "민주당은 싫지만 대통령을 사람보고 찍지 당보고 찍나"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인물론'이다.

부산지역 노사모 대표일꾼인 이상호씨는 부산의 '노무현 바람'에 대해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씨는 "지금 부산의 분위기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조금씩 기반이 다져오던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참 노무현이 두들겨 맞을때, 민주당에서 막 탈당하고 그럴때, 부산지역에서는 '노무현 불쌍타' '민주당, 동교동, 해도 너무하는 것 아이가'하는 동정론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후보단일화로 인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잠복돼있던 민심이 표출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노 후보의 '살아돌아온 새끼사자론'과 이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호응과도 맥이 닿아있다.

이씨는 "지금 부산지역 노사모 회원들이 거의 미쳐서 열심히 뛰고 있다"며 "매일 핸드폰 들고 종일 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노사모는 약 5000명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숫자다.

이들은 주문처럼 말하고 있다. "부산이 디비진다!"

노 후보의 본격적인 부산 유세가 있던 30일 민주당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부산과 경남에서 무척 고무적인 결과가 나와 얼굴에 희색을 띄고 있다.

한나라당 긴급 부산대책 "내일 부산유세" (최경준 기자)

한편 부산에서 '제2의 노풍'이 불 조짐을 보이자 오늘 서울에서 유세전을 펼치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내일 오전 10시30분 부산으로 내려갈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보측의 갑작스런 부산행은 한나라당의 '텃밭'격인 부산에 불고 있는 '노풍'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는 27일 후보등록 직후 부산을 방문한데 이어 3일만에 다시 부산으로 직행, '노풍' 차단과 '표밭 다지기'에 나설 방침이다.

이 후보는 특히 이날 오전 부산에 도착해 낮12시 50분 덕촌로터리 유세를 시작으로 밤 9시 밀리오레 유세까지 무려 12개의 유세 일정을 강행군한 뒤 이튿날(2일) 새벽 어시장을 방문한 뒤 서울로 올라올 예정이다.

이회창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둘째날인 지난 28일 부산시내 한 호텔에서 중앙·부산 선대위 합동 대책회의를 갖는 등 부산 공략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선대위 관계자들에게 "상대방(노무현 후보)이 이번 선거를 지역대결로 가져가고 있고, 영남 후보임을 내세워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부산에서의 선거가 매우 중요하니 필승의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다시 부산을 찾겠다고 한 것과 관련, 노무현 후보는 30일 부산대앞 유세에서 "이회창 후보가 예정에 없던 부산 차를 탄다고 한다. 급했던 모양"이라며 "부산에 오는 것은 좋은데 다시 와서 지역감정 좀 부추기지 말아달라. 정책을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대구-경북과 함께 영남민심의 본고장 부산에서 '2강'간에 벌어질 '일대격돌'이 어떻게 귀결될지 벌써부터 이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30일 부산대앞 유세장에서 노무현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는 부산시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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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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